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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l 13. 2022

하늘 한번 보기 어렵다.

사람 사는 이야기

하루에 한 번 하늘 보기 프로젝트


단톡방에 하트 하늘 사진이 올라왔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도 보기 좋은데, 심지어 하트다.

<출처 : Pixabay-단톡방 사진은 제가 찍은게 아니라....픽사베이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살이 너무 쪘다 싶을 때 20만 원을 걸고 살을 뺐다. '챌린저스' 프로그램이다. 내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자 하는 작은 습관을 키우기 위해 '돈'을 걸고, '같이'할 사람들을 모아서, 4주 기간 동안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일정 금액을 걸고 챌린지에 성공하면 실패한 사람들의 돈은 엔빵 해서 나눠가지고 실패하면 돈을 날린다. 다 날리는 건 아니고, 실천한 만큼은 돌려받는다.


챌린저스에 올라오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루에 한 번 블로그에 글쓰기, 일주일에 1킬로씩 감량하기, 하루 한 끼는 몸에 좋은 샐러드 먹기, 하루 만보 걷기, 6 천보 걷기, 아침 6시에 일어나기, 5시 일어나기, 하루에 한 번 필사하기, 팝송 가사 암송하기, 코딩 배우기 등등...

그중 인상적인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하루에 한 번 하늘 보기'라는 챌린지.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kr.co.whitecube.chlngers


이걸 왜 굳이 챌린지라는 타이틀을 붙여가면서 하는 거지?

하늘은 그냥 늘 보는 거 아닌가? 각박한 세상, 하늘 볼 여유가 없다고, 힘든 척하는 건가? 삐딱한 사십춘기 아줌마는 하늘 보기 챌린지가 이상했다. 하늘은 그냥 보이는 것인데, 어차피 보는 거 왜 굳이 인증샷을 보내가며, '나 오늘 하늘 봤어요.'라고 공유하는 걸까?


살만 하니 그랬다.


하늘을 보는 게 당연했다. 파란 하늘, 떠다니는 하얀 구름을 보고, '아, 좋다.'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여유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내 안에 잡념이 많지 않았으니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이 지금 현재에 있는 사람이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좋은 것을 보아도, 과거에 풀지 못한 숙제에 사로잡힌 사람은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길을 걸어도 주변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동네 산책로
의식적으로 하늘 보기


나도 모르게, 잡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의식적으로 하늘을 보길 바란다. 사람은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잡념으로 괴로울 때, 하늘 한번 바라보고 숨 한번 크게 쉬어보자. 각과 감정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잡념과 괴로운 감정에 무력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들이 계속 밀려온다면, 생각할 시간을 따로 할애해둔다. 생각들을 다 적어본다. 생각이 계속 나는 이유는 후회와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바꿀 수 없는 결과라면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으면 바꿀 방법을 생각한다. 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했다면, 그 결론만 따른다.


생각을 조심하세요.

생각을 조심하라고 하는 이유는 생각에서 감정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생각은 감정이 되고, 감정(emotion)은 행동(motion)을 이끈다(e). 언행이라는 것은 내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다. 언행을 바르게 하려면, 생각부터 조심해야 한다. '바르게'라고 쓰려니 부끄럽다. '바르게'보다는 '내가 의도한 대로'가 나에게는 적절한 말일 것 같다. <출처 : 홍익학당>


우울증 척도 중에 하나가 '한밤 중에 자다 깼을 때 다시 잠들 수 있는가?'라고 한다. 잡념이 많으니, 다시 잠들지 못한다. '아!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효과적인 방법일까?', '상대방도 이러저러한 이유에 런 건 아닐까?',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는 것조차 행동하는 게 귀찮아 하는 변명이 아닐까?', '넌 네가 겪은 건 아무렇지 않은 거니?', '넌 너에게 잔인하구나.' 등등...


고민 끝에 내린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이제 더 이상 고민하지 않으련다. 결론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닐지라도, 그걸 하지 않는다면 나는 분명 후회할 것 같으니까. 내가 원하지 않는 결론일지라도 받아들이는 것, 그게 최선이라고 오은영 박사님이 말하지 않았던가.


노름을 하고 난 뒤 후회하는 사람은 대개 양손에 떡을 다 쥐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름도 하고 돈도 따야 하는데 그것이 맘대로 안 되니 후회도 되고 갈등도 생기는 것이다.

이 할아버지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비록 그것이 노름일지언정 열심히 하고,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되면 그것이 바로 건강한 정신이다.

- < 생각 사용 설명서, 전현수 지음 > 중에서


한줄 요약 : 생각이 많은 사람은 현존(here & now) 하지 못하기에 주변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다. 후회와 미련이 생각을 만들어 낸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이고, 결정을 내렸으면 밀고 나간다.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조차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니 후회할 짓이라고 해도 내 마음이 그리 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정을 조용히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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