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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l 14. 2022

'공유지의 비극'이 없는 곳을 꿈꾸며.

사람 사는 이야기

공유지의 비극, 인간 본성은 이기적인 걸까?


'공유지의 비극', 인간 본성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여겼다.

공용 목초지가 있다면 거기에 내 양들을 먼저 풀고 내가 관리하는 목초지는 아낀다. 공공재가 있다면, 개인 사재보다는 공공재를 쓰는 게 나에게 더 '이익'이다. 문제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공용 목초지를 먼저 사용하게 된다면, 풀은 다 뜯겨 황폐화되고, 결국 아무도 쓸 수 없는 황무지만 남게 된다.


공유지의 비극, 어디서나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일까?

<출처 : 클래스 e, 김범준의 관계에 스며드는 물리학>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님이 재미있는 논문을 발표할 뻔? 했다. '물리학 교수 휴게실의 비극'이라는 제목으로.


교수님이 근무하는 대학 물리학 교수 휴게실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하나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는 쪽지가 하나 붙어있다. 거기에 누가 얼마나 커피를 마셨는지를 '正'자로 표기하고, 월 말에 정산한다. 최초 커피 가격은 600원이었다. 요 기계는 꽤 괜찮은 기계라 몇 잔을 내렸는지를 카운팅 할 수 있었다. 이거 그냥 마시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표기된 커피수와 기계가 내린 커피 수가 차이가 났다. 적자로 운영을 할 수는 없는 법. 커피 가격은 이제 800원으로 올랐다. 마셨다고 표기한 숫자와 실제로 기계가 내린 커피수 차이는 여전했다.


교수님은 이 논문을 발표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600원으로 운영할 때는 차이 값이 64잔, 800원일 때는 63잔으로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가격을 1300원으로 올리자, 차이 값은 14잔으로 줄었다.


600원일 때는 표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깜빡했을 수도 있다. 얼마 안 되니까. 800원도 600원이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가격이 1300원으로 올라가자, 사람들은 '가격'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내가 실수로 표기를 안 하면, 다른 사람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겠구나!

<출처 : 클래스 e, 김범준의 관계에 스며드는 물리학>
물리학 교수들 휴게실과 같은 세상을 꿈꾸며


얌체들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자율규제

자율규제는 구성원들이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 물리학 교수들의 휴게실처럼.

그러니 사람을 믿을 것이 아니라, 믿을만한 사람을 믿어야 한다.


쪼개버려! - 사유재산권 확립

공유지를 다 사유지화 하는 방법이 있다. 공유면적을 잘게 나눠 구성원들이 개인적으로 관리하게 한다. 조별 과제로 치면, 역할을 분명하게 하고 그걸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회사로 치면 R&R을 엄격하게 규정해두는 것이다. 아무리 빈틈없이 역할을 잘게 나누고 책임을 씌운다 해도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그 누구의 일도 아닌 영역은 분명 존재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리더가 얼마나 보이지 않는 영역에 대해 보상을 하고 격려를 할 것인가? 내지는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이다. 구성원들이 서로 끈끈한 관계라면, 내지는 양심적인 사람들이라면, '나 몰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건 '공동체적 해법'으로 이어진다.


코즈적 접근방식은 자유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단은 소유권이 명료히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에 착안한다. 애덤 스미스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면 경제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누구에게도 소유권이 주어지지 않는 공유지는 단지 황폐화될 뿐이라는 것. 즉, 일단 소유권이 누군가에게 주어져 있기만 하다면, 사람들은 상호 간의 거래를 통해 본래 자신들에게 최적인 형태로 공유지를 관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 나무위키>


우리가 남이가!! - 공동체적 해법

자율규제와 비슷해 보인다. 단 전제조건은 구성원들이 공동의 이익의 각자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성원들 간 연대의식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현대 사회에서 이게 얼마나 가능한 일일지 의문이 든다.


정치학자 엘레노어 오스트롬은 몽골 등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시민사회 공동체의 자체적 해결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중앙 정부가 개입해서 공유지 관련 지방정부의 소유권을 강화하거나 아니면 정부가 시장적 방식으로 개입해서 공유지 자원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공유지 구성원들한테 자연스럽게 알아서 분배하라고 소유권을 맡겼을 때의 효율성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중략) 하지만 시시각각 공동체의 구성이나 심지어 그 공동체가 갈수록 오래가기 어렵게 변화하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그러한 환경이 얼마나 조성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의문이 들 수 있고 오스트롬의 연구실적에서 그 부분은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받는다. <출처 : 나무위키>


공유지의 비극을 막고, 프리라이더를 퇴치하는 현실적인 방법

믿을 만한 사람끼리 어울린다.

물리학 교수들의 휴게실에서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을 떠올려 보자. 좋게 말하면, 그분들은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은 사람들이다. 내지는 @PSH작가님이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처럼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은 사람이건,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건 간에, 이런 사람들은 작은 이익에 큰 신뢰를 버리지 않는다.


오래 알아 신뢰가 생긴 사람들과 협력한다. 신뢰는 시간 속에 그 사람이 보여준 행동으로 무르익는다. 단, 알아온 세월이 길었다고 그 사람을 제대로 안 것은 아닐 수 있다. 피상적인 관계에서 듣기 좋은 말 몇 번 오갔다고 믿음이 생겼다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보고 '믿을만한' 지를 판단해야 한다.


욕심이 지나친 사람을 조심한다. 남의 것을 자기 것처럼 가로채기 십상이다. 욕심이 지나쳤는지 아닌지, 평상시 언행을 유심히 살피자. 두드러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지.' 넘어가지 말자.  아! 갑자기 나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사은품을 들고 와 나 오늘 비싼 거 먹을 거라고 한 사람이 생각나 현타 온다. 각설하고, 이런 사람과 최소한 같이 일을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공동의 프로젝트를 개별 독립 과제로 만들어라.

사람을 가려가며 작업을 하기 어렵다면, 개별 독립 과제를 주어 개인이 그 영역에서 책임을 지게 한다. 안 지킬 것 같다면 '계약'을 확실히 하기 위해 서면으로 작성한다. 계약 위반 시 어떠한 제재가 있을지를 명확하게 한다. "우리 사이에 무얼~ 넌 내가 고작 그 정도 사람으로 밖에 안 보이냐!"라고 말하는 사람을 조심한다. 지킬 사람이면 군소리 없이 상대방이 계약서를 요구할 때, 분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계약서 쓰고도 남았다.


아무리 역할을 나누고 책임을 지운다 해도 문제는 각각의 독립 과제를 누군가는 합쳐야 한다는 것! 그래서 리더가 필요한가 보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일을 완수해야 하니까.


한줄 요약 :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믿을 만한 사람을 믿습니다. 어쩔 수 없다면 역할과 책임을 쪼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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