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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l 09. 2022

용의 꼬리가 될 것인가? 뱀의 머리가 될 것인가?

사람 사는 이야기

어머니, 아이 이렇게 놔두시다간, **여고 간다고요.

중3 때 담임 선생님이 엄마에게 한 말이다. 담임은 나를 외고에 보내고 싶어 했었다. 엄마는 외고? 그건 뭐냐? 가면 좋은 거냐?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계셨다.


담임은 집 주소를 **구로 옮기길 권했다. - 라떼는 그렇게 주소를 많이 옮겼다. 담임은 외고는 못갈지언정 최소한 선생님들이 좋은 국립학교에 가길 원했다.


국립학교로 진학하다.

국민학교 시절, 다니던 학교가 폐교가 됐다. 인근 학교에서 아이들을 받기로 했다. A학교는 1/10의 비율의 확률이었고 대부분은 B학교로 갔다. 내가 뽑은 학교는 A였는데, 선생님이 A라고 하자마자 갑자기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는데, A학교는 국립학교였다. 난 친한 친구들이 B학교로 가서 슬펐는데, 주변에서 축하인사를 건네자 어리둥절했다.


A학교는 놀라웠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는 게 아니라 급식을 했고, 점심에는 영어방송이 나왔다. 컴퓨터 실습 시간도 있었다. - 당시는 도시락을 쌌고 영어는 중학교 때 배웠다.


이전 학교에서는 '현미경'을 배우면, 현미경 하나를 담임 선생님이 교탁 위에 올려놓고 말로 설명을 했다. A학교는 아이들이 과학실로 이동했고 조별로 현미경이 주어져 아이들이 이리저리 만져볼 수가 있었다. 시설과 커리큘럼만 차이가 있던 게 아니었다.


종전 학교에서 나는 5학년 담임에게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품었더랬다. 담임은 반공주의자였다. - 라떼는 학교에서 반공 포스터를 그렸다. 한 아이가 북한을 빨간 바퀴벌레로 표현하고 에프킬라로 죽이는 그림을 그렸는데, 담임은 그 그림을 극찬했다. 담임은 북한 김일성이 여자들과 같이 잔 다음에 죽이고 비료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람 몸에 인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비료에 주 성분이란다. 나는 담임이 너무너무 싫었다. 교실 뒤에는 미술 시간에 담임선생님 얼굴을 그린 그림이 있었고, 나는 담임을 세상 둘도 없이 인자한 얼굴로 그린 그림을 볼 때마다 기가 막혔다.

남성우월주의자에 파시스트 같으니라고.


A학교 선생님들은 달랐다. 교생 선생님들이 한 번에 열댓 명이 왔는데, 교생 선생님 중 한 분이 샹들리에가 걸린 북한 지하철 영상을 보여줬다. 북한에 지하철이 있다고? 충격이었다. 사회 선생님은 평화의 댐이 사기극이라고 했다. 그 학교는 주요 과목은 담임이 가르쳤고 그 외 교과목은 과목별로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들은 잘 가르쳤으며, 아이들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A국민학교 옆에는 여중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국립이다. A국민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인근 거리 배정이다. 학교와 3분 거리에 살던 나는 자연스럽게 A여중으로 진학했다. 그 안에서도 크고 작은 충돌이야 없었게냐만, A여중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아이들에게 캠프파이어 추억을 만들어주겠다고, 운동장에 텐트 치고 행사를 준비하셨던 선생님들이다. A여중 선생님들은 잘 가르쳤고, 국립학교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할 기회도 많았다.


너무나 달랐던 **여고


나는 담임이 우려했던 대로 **여고로 진학했다. 사춘기가 중학교 때 안 오고 고등학교 때 온 것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차석으로 들어갔던 내 성적은 서울시 학력평가 최하위를 몇 년 동안 유지하고 있던 그 학교에서도 그다지 좋은 등급이 아니었다. 최악은 수학선생님이었다. 자신이 가르치던 걸 이해하지 못했다.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선생님은 묘한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나는 왜 질문이란 걸 해서 두고두고 선생님의 원한을 샀는지 모를 일이다. 이후 나는 수학을 내려놨다. 그 선생님 탓만 하기도 어려운 게, 나는 수학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미적분은 조금 재미있었고, 무한 개념에 흥미를 느끼기도 하였지만, 수학에 대한 내 감상은 '쓸데없다.'였다.


대학 신입 때 내 멘토였던 순딩이 94학번 선배가 이 학교(사립)로 부임하고 6개월 만에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럴만하다 싶었다. 선배는 바로 대학 교직원으로 진로를 틀었다.


자사고 설명회를 다녀오다.


어제 자사고 입시 설명회를 다녀왔다. 대게는 11월쯤 할 것 같은데 여기는 1차, 2차를 나눠서 한다. 미션스쿨인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가서 바닥 까는 거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다. 수능으로 가면 내신보다 불리하지 않냐고? 그렇다. 불리하다. 그렇다한들 대학 수준 크기 교정과 줌 온라인 독서실, 미라클 모닝 프로그램, 다수 EBS 강사를 겸하는 선생님들이 계신 학교는 매력적이다.


자사고에 근무하는 동기들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세특도 벅차고 학부모들 요구는 까다롭다고. 난 선배 언니가 코로나 초창기 때, 3.2. 에 선생님 전원이 출근해서 강의교재 준비하는 걸 보고 마음을 굳혔다. 당시 아이 학교는 ebs강의를 링크해주고 있었고 두 녀석들은 어찌한 건지(보나마나 둘째 짓이다.) 강의들을 이수 처리하고 놀고 있었다.


큰 아이에게 "여긴 5년 동안 학폭이 하나도 없었대."라고 하니,

시니컬한 사춘기 소년은 "선생님 선에서 마무리 했겠지."라고 말하면서도 관심은 가나보다. 큰 아이는 친구들도 자기처럼 순한 아이들만 사귄다.


그래. 아이는 좋다고 하니, 스쿨버스가 관건이네. 우리 동네까지 안 올 수도 있겠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낫다고 하지?


엄마는 아닌 것 같아. 용에게 배울 게 더 많거든. 미래를 예측할 때는 널 지나가는 행인 5번 정도로 생각해야 해. 알았지?

"넌 지극히 평범한, 평균적인 인간이야."

10번 반복해서 말해야 해. '평범', '평균' 엄마 강조하는거야.

그러니 네가 갑자기 어떤 계기로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래. 현재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 해.

너희 때는 사춘기잖아. 친구들 영향이 지대해.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관심이 있으면, 적어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단다. 그래서 나는 네가 그 학교에 갔으면 좋겠어.


한줄 요약 : 뱀 머리보다 용 꼬리가 낫다. Why? 유유상종이거든.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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