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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l 21. 2022

배려를 복종이라 판단하는 당신에게

사람 사는 이야기

복종행동은 내 쪽에 불리한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달하기 쉽다. 순종적인 나의 태도를 확인한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하기 시작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복종행동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다. 현대사회에서 복종행동은 의외로 높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명문가일수록 격식과 관습에 목숨을 걸고 대화 상대가 누구든 상류층 특유의 경어를 고집하지 않는가. 같은 맥락에서 지배행동은 반대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지배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종종 정신이 불안정하거나 교육수준이 낮을 거라고 치부되곤 한다
<출처 : 도파민형 인간, 지은이 대니얼Z.리버먼,마이클E.롱 지음, 최가영 옮김>
복종일까? 배려일까?

1. 엘리베이터에서 문가에 서게 되면, 마지막 사람이 나갈 때까지 열림 버튼을 누른다. --(O/X)

2. 회전문 앞에서 누가 앞서 갈지 몰라서 눈치를 볼 때, "after you(당신 먼저)"라고 말한다. --(O/X)

3. 뒷사람이 따라 들어올까 문을 잡고 기다린다. --(O/X)

4. 약속시간에 늦지 않는다. --(O/X)

5.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서나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O/X)

6.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함부로 말을 놓지 않는다. 예의가 깍듯하다. --(O/X)

7. 식당에서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을 놓거나,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는다. --(O/X)

8. 서비스 가격에 맞는 서비스를 기대한다. 자기만 특별히 무엇을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O/X)

9. 감사함을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며 자주 표현한다. 말이던 선물이던 행동이던. --(O/X)

10. 되도록이면 자기가 먼저 밥을 산다.--(O/X)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배우신 분'이 하는 행동이다. 위에 10개 리스트 중 나는, 당신은 몇 개가 해당될까?

이런 행동이 교양 있는 행동이라는 건 누구나 안다. 막상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다면?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의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에게는 '교양'이라는 정신적인 가치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

이들의 기준은 심플하다. 권력과 돈이다. 잠시 이들 머릿속을 들여다보자.

'내가 더 높은 위치에 있으니 나한테 잘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나한테 받을 게 있나 보지.'

이들은 배려를 복종이라 여긴다. 자신에게 잘하는 이유가, 얻어낼 것이 있어서라 믿는다. 왜냐고? 자신이 그러하니까. '강약약강'이라고, 자기 역시 '강'에게 '약'으로 복종하기에 '약'에게는 '강'으로 지배행동을 보인다. 앞서 인용한 책에서 언급하듯이, '지배행동'은 못 배웠다는 표시다.


세상을 단순하게 볼 줄 알아서 부럽기도 하다. 세상이 그리 간단하더냐? 이들에게는 심플하기 이를 데 없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확고하고 흔들릴 일이 없으니 세상 고민도 별로 없다. 내가 못 가진 것에 대한 질투와 한탄, 세상 탓만 있을 뿐.


이런 사람들이 머리까지 나쁘다면? 상대방이 겸손하게 표현한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상대방을 오인하는 우를 저지르기도 한다. 내가 잘났으니 나한테 숙이는 거 아니겠어?


아비투스

아비투스(habitus) : 특정한 환경에 의해 형성된 성향이나 사고, 인지, 판단과 행동 체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계급 구성원들의 문화적 상징이나 행동특성을 나타냄

하지만 상류층 행세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계급 구분이라는 것은 아주 잔인한 메커니즘이다. 졸부는 아무리 많은 돈을 벌게 된다 하더라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무산 계급의 촌티를 쉽사리 벗어버릴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생선용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할 줄도 모르며, 자기의 페라리 뒷유리창에 원숭이 인형을 매달아 둘 것이고, 전용 제트기의 계기판에는 성 크리스토포로의 조각상을 올려놓을 것이다. 또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하면서 <매니지먼트> 같은 영어 단어를 서툰 발음으로 섞어 쓸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게르망트 공작부인 같은 고상한 사람들에게서는 절대로 초대를 받지 못한다(그는 다리만큼이나 긴 요트를 가지고 있는 자기 같은 사람이 왜 초대를 받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속이 끓을 것이다).
<출처 : 나무위키/아비투스, 재인용,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中,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

안타깝게도 아비투스는 세대 간 스며들어 문화자본이 된다. 부를 자유롭게 플렉스(FLEX)할 수 있는 시대에, 이제 대놓고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연스레 드러나는 교양이 중요하다. 교양은 부모세대에 이어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물려받는다.

<출처 : Pixabay>


너 자신을 알라.


인사평가를 하면서 재미있었던 사실 하나.


인사평가등급이나, 연봉 이의제기를 하는 사람 중에 그 이의제기가 합당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지나친 일반화에 주의할 것!)

오히려 '저 사람이 왜 저런 등급을 받았는데 항의를 하지 않지?'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종종 있었다.


왜 그럴까? 자신을 지나치게 박하게 평가하는 사람은 실상, 자기객관화를 할 줄 알기에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런데 '주제'를 모르는 사람들은 마냥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 생각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배려'를 '복종'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그리스 신탁을 스스로에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줄 요약 : 배려를 복종으로 아는 사람은 메타인지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되새기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친절함으로 이길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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