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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l 28. 2022

너 그럴 줄 몰랐어?

미필적 고의 未必的故意

어떤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행하는 심리 상태. 통행인을 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골목길을 차로 질주하는 경우, 상대편이 죽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를 심하게 때리는 경우 따위가 해당한다.

[표준국어사전]


악마는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https://youtu.be/-vtPXeH2q6k

사기꾼 잡는 변호사 시리즈를 정주행 중이다. 사기꾼에게 당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저는 그 사람을 믿었어요."

사기꾼이 같이 투자를 하자고 한다. 사업을 해보자고 한다. 그럴싸해 보인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투자를 한다. 투자가, 사업이 잘 안된다. 사기꾼은 벌써 발을 뺐고 책임은 나만 지고 있다.

그럴싸해 보인다면, 그럴싸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저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 나한테 손해가 가게 할 사람은 아닐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일일이 따지기 귀찮은 마음을 덮는다. 어쩌면 당신은 마음이 약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코치코치 캐묻는 게 미안해서 그랬다면.


악마는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은 자신을 '선하게' 꾸미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대한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줘서 무언가를 받아내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여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차 안에 곰인형을 놓고, 허스키와 같이 찍은 사진을 두었다. 한번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버스가 오는 시골 버스 정류장, 사위가 어둑한 시간대, 강호순은 집으로 가고 싶은 피해자에게 '나 위험한 사람 아니에요. 안심해도 돼요. 가족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심어주었다.


이런 사람은 조심하세요.

초반에 지나치게 호의를 보인다? 믿도 끝도 없이 긍정적이다? 주의 경보를 울려야 한다. 그들은 어린아이 같이 천진난만하고 해사한 얼굴로 다가와 온갖 민폐를 끼치며 '그럴 줄 몰랐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들은 당신이 힘들 때, 당신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줄 사람이 아니다. 자신은 밝고 환한 기운으로만 가득 차야 하기에, 자신이 가진 어두움은 상대방에게 투사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같이 헤아려 주진 않는다.


초긍정 마인드로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힘들게 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악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감싸 안기에 그들은 현실감각이 부족하며, 더 나아가 타인을 착취하기도 한다. 알고 그런다면 속 시원하게 욕이라도 하지. 몰랐다는 변명은 더 얄밉다. 일이 그리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미필적 고의랄까? 참고로 미필적 고의는 범죄다.


"제가 이번 일로 깨달은 게 있어요. 일단 무조건 도전을 해봐야 해요."

도전을 했으면 일도 해야지. 도전만 하면 다냐?

어떤 일을 저지르기 전에 이리저리 재느라 기회를 놓치는 사람도 있겠다만, 뒷수습은 생각도 안 하고 일을 벌이는 사람들 때문에, 책임은 엉뚱한 사람이 진다. 하긴. 자기도 자기가 그럴 줄 아니, 책임질만한 사람을 고른 거겠지.


지나치게 호의적이었다. 물론 돈은 많이 아끼더라.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라 믿었으면서도, '말'에 혹한 걸 보면 나도 어리석었다. 이런 걸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쓰는데 마음이 있다. 사실 돈이 아니어도 된다. 정성도 보이는 것이므로. 말은 가볍다. 말 한마디로 천냥 어치를 해 먹으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무작정, 무한한 긍정이 위험한 이유


무작정, 무한한 긍정에는 피와 땀이 없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미래만 있다. 현실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스토리다. 현실세계 일기예보는 때때로 파란 하늘에 햇살이 비추나 대부분 흐리멍덩하며, 가끔 천둥번개가 친다. 현실은 소키우는 이야기다. 여물 주고 똥 치우고 여물 주고 똥 치우고 도돌이표.


소 키우기 지친 사람들도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을까?

"어머, 전 몰랐어요." 내지는 "세상은 아름다워라."


악마는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듣지 좋은 말로 현혹한다. 당신을 추켜세우며, 당신의 재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럴싸한 제안을 한다. 당신은 일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상하지만, 저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을 부정한다. 그럴 리가 없는 게 아니다. 애초에 그러려고 접근한 것이다. 당신 안에 있는 욕심을 미끼 삼아 던진 낚싯줄에 걸린 자신을 탓할 뿐.


한줄요약 : 듣기 좋은 감언이설에 속지 말자. 얻을 게 있으니 꾸미는 것이다. 내 안에 욕심을 조심하자. 낚이기 쉽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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