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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l 28. 2022

강의는 들어도 뒤풀이는 가지 않아요.

사람 사는 이야기

강의는 들어도 뒤풀이는 가지 않아요.


모 인사모임에 몇 년째 정회원으로 있다. 인사노무, 트렌드 관련 강사를 모시고 강의를 듣는 모임이다. 코로나로 모이지 못할 때 줌 수업으로 대체를 하기도 했다만, 그 전에는 매달 둘째 주 목요일 저녁마다 모였다. 요런 모임은 대게 강의보다는 인맥을 쌓는 게 주목적이다. 나는 부수적인 목적인 강의는 충실하게 들었다만, 인맥은 쌓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진로도 교직으로 가려다가 서비스직으로 틀지 않았던가. 둘 다 사람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게다가 뒤풀이는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심지어 같은 분야(HR), 물어볼 것도 많고 안면을 트면 도움을 주고받기도 편하다.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OO제도 도입하려고 하는데 거긴 어떻게 해요?"

"OO포지션에 **파트 일을 하실 분 구합니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건 좁고 깊은 관계가 아니라 넓고 얕은 인맥이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1601032530021002


왜 안 가냐고?


강의는 들어도 뒤풀이는 가지 않는다. 왜냐고? 두 가지 이유다.

1.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2. 저녁에 집에 아이들만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뭣이 중한디?'라고 다시 묻는다면?

나에게 중한 건, 인맥이 아니었다. 일상의 루틴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 아이들과 한두 시간이나마 저녁을 같이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어쩜 이리 나이스 하지?


그간 고마웠던 분들, 모임 주최자 노무사님과 간사님에게 책이라도 드려야겠다. 오늘은 제대로 인사를 하자는 마음으로 뒤풀이를 따라갔다. 서먹서먹했던 것도 잠시다. "이 사람들 어쩜 이리 나이스 하지?" 대화는 회사 이야기에서, 최근 인사 동향, MZ세대 이야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좋을 줄 알았지만 역시나 좋았다. 단톡방에서 이야기하던 것과는 또 다르다. 역시나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부럽기도 했다. 뒤풀이에 참석한 분들 상당수가 노동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난 대학원을 가겠다고 생각만 한다. (아이들 대학 가면 여유가 생기려나?) 공부도 진심, 하는 일에도 진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진심. 찐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출처 : Pixabay>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사람에게 많이 디였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을 좋아한다. 목적 없이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좋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다. 사람만 한 자극이 없기도 하거니와, 사람에게 가장 많이 배우기 때문이다. 어쩌면 굳이 회사 시간이 아닌 개인 시간을 내서 인사노무 강의를 찾아서 듣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여타 자리와는 달랐을 수 있겠다. 그만큼 열심히 살고자 하고 긍정적이며,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사람에게 디인 마음, 좋은 사람들에게서 조용히 위로를 받았다.


한줄 요약 : 강의는 나가도 뒤풀이는 안 갔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건 달랐으니까요. 그런데 한번쯤 나가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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