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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l 29. 2022

20주년 동기 모임

사람 사는 이야기

드디어 모였다.


12시까지 가야 하는데... 회사에서 모임 장소까지 20분이 안 걸리는 구만, 막판까지 품의 올리고, 게시글 올리고 난리를 쳤다. 그 와중에 신규 입사자가 채용 신검을 안 받았다고 해서 입사 포기하시는 거냐고 전화도 돌렸다. 시간은 12시 40분, 부랴부랴 모임 장소로 떠났다.


때마침 캐나다에서 들어와 있던 동기까지 9명이 모였다. 부산에서 올라오기로 한 동기(동생)는 아이들을 맡기지 못해 결국 오지 못했다. ㅠㅠ


단톡방에서는 "우리 서로 알아볼 수 있는 거냐?"라고 하더니 다들 그대로다. 조금씩 옆으로 퍼졌을 뿐.


"OO 이 어떻게 지내?" 못 온 동기 소식도 궁금하다.

"우리 영어 못해서 되게 고생했잖아... 그때 기억 안 나? '피부과 의사'가 생각이 안 나서 너 그때 'skin doctor'라고 했잖아. 민망해서 사무장한테 조용히 말했는데, 사무장이 SKIN DOCTOR?라고 하는 바람에 창피해 죽는 줄 알았어."

"너 그때 같이 만나기로 해놓고 핸드폰 놓고 왔다고 나한테 핸드폰으로 전화했잖아."

옛날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XX동기는 대학 교수 됐다더라. 비행기 타서 장문의 컴플레인 레터 썼다던데? 결국 OO이가 퍼스트에서 내려가서 아는 척해줬다.


XX동기는 전설의 동기다... 아무도 다시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동기.

사무장님(한국인 총괄)이 천사표라고 불렀던 동기가 한 마디 했다.

"내가 XX언니랑 칸틴에서 대판 싸웠잖아."

다들 네가??라고 한 마디씩 한다. 무수한 일화를 남겼던 그녀는 아무도 연락하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좁은 범위 인간관계에서는 결국 실체가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공부는 잘했다만, 대학교수는 어떻게 된 거지? 대학교수 맞아?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시간 순삭, 몇 시간을 떠들었는지 모르겠다. 철없던 20대 만나서, 한 동네(공항 근처)에서 동거 동락하며 지지고 볶고 살았던 우리들. 그때는 호시절인지 몰랐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보니,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여유 있던 시절이었다. 장거리 다녀오면 3~4일씩 할 일 없이 쉬었는데, 그때 뭐라도 할걸.


그때는 그때의 고민, 지금은 지금의 고민이 있다.

40대 중반, 아줌마가 된 지금은, 그 시절과는 다른 고민들로 살아간다. 누군가 주식 이야기 꺼냈다가 쿠사리 먹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너희들도 파란 세상인 거니?


사춘기 아이들은 기숙사로 보내버려야 한다.

왜 다들 툭하면 엄마 탓을 하냐! 엄마가 뭔 죄냐.


아이들, 재테크, 야기는 꼬리에 꼬리는 문다. 남편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하네... 남편은 그냥 알아서들 잘 사는 걸로.^^

속 썩이는 게 아이들이어서 다행인 건가?


언제 다시 보지?


(언니) 20주년을 기념으로 코로나고 뭐고 앞으로는 무조건 1년에 한 번은 거국적으로 모이는 거야. 25주년에는 싱가포르로 가는 거야?

(나) 언니 나 둘째 고3 올라가. 공부를 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눈치 보여.

(언니) 야, 넌 1주일도 못 빼냐?


몇 시간을 주구장창 떠들었구먼,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다음번에는 호텔 룸을 빌리자."

"아예 1박을 하는 거야?"

"우와~, 너무 좋다."


내 인생 호시절, 같이 했던 동기들, 보고 또 보고 싶네.^^

어쩌면, 우리가 30주년에 다시 모여서는, 지금 아이 키우면서 지지고 볶고 했던 시절이 호시절이라 여길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나 건 모건 매년 보자. 남은 건 사람뿐이라잖아. 그대들과 함께 하는 한, 호시절이야.


한줄 요약 : 그때가 호시절이었구나. 우리가 함께 하면 지금도 호시절이지.
< 출처 : Pixabay>
보석같은 싱가포르 항공 17기 영원하라!!!

p.s. 언니 플랭카드 한을 여기서 풀어줄께. 비록 어디 걸지도 못하고, 리본 커팅도 못했지만, 마음으로 한 셈 치자.^^

매거진의 이전글 강의는 들어도 뒤풀이는 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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