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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ug 29. 2022

정년퇴임 상패제작으로 본 단톡방에서 일을 추진하는 방법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교감 선생님 정년퇴임과 청탁금지법


교감 선생님이 정년퇴임을 하신다. 정년퇴임은 8월 말이지만 7월 중순쯤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운영위 위원 선생님들과 학부모 위원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학부모 회장은 무얼 준비해야 하나 싶어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고 한다.

교장 선생님은 (내 생각에는) 알아서 준비를 해주길 바랬는데, 학부모 회장이 청탁금지법 때문에 주저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자,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학부모 회장은 상처를 받았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청탁금지법 때문에 주저했던 마음이 교장 선생님의 얄짤없는 말로 인해 정리가 된 셈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랬는데,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운영위 회장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일생에 한번 있는 정년퇴임이다. 게다가 교직으로 한평생을 보낸 분이, 이 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하는데, 어떻게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는데 모르는 척할 수 있단 말인가.

그날 저녁은 학부모 회장과 의견이 조율이 되지 않아 넘어갔지만, 퇴임하면 청탁 금지법 적용도 안 받을 텐데, 우리끼리 작은 감사 표시라도 하자. 운영위 회장이 전화를 주셨다. 부회장과 의논하기 전에 (비교적 친한) 내 생각이 궁금했다고.


단톡방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혼자 감사 표시를 하더라도 운영위 회장이라는 직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1. 단톡방에 내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물어본다.

2. 일부 찬성, 일부 반대라면 다수결에 따른다.

- But, "단톡방 특성상 다수 의견에 따를게요."가 대부분일 것이다.

내 생각은 그랬다.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정년 퇴임하는 거 뻔히 알고, 교장 선생님이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냥 넘어가는 것도 이상하니 말이라도 꺼내보자고.


아니나 다를까? 단톡방에는 하자고 의견을 낸 운영위 회장, 찬성한다는 의견 2명, 나머지는 다수의 의견에 따를게요.(달리 말해 '알아서 하세요.')가 대다수로, 감사 표시를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막상 정년퇴임식이 다가오자, 학부모 회장 쪽도 마음이 바뀌었던 것 같다. 교장이 뭐라고 하든 말든 나는 그래도 감사 표시를 해야겠다. 이렇게 다 같이 하기로 결정을 하자,


고양이 목에 방울은 성격 급한 사람이 답니다.


그다음 난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것인가? 즉, 누가 상패를 주문하고 문구를 정할 것인가. 누가 꽃가게에 주문을 할 것인가? 가 남았다.


상패 시안과 문구가 나오자, 단톡방에는 대화가 끊겼다. 보다 못해...(나서기 싫어하지만 일이 진척이 안 되는 꼴은 못 보는 성미라) 상패 시안 몇 개를 올렸다. 크리스털 원형, 나무액자형, 나무액자+크리스털형

누군가 조용히 크리스털 원형이 좋겠다고 해서, 상패가 정해졌다.

그다음은 문구, 단톡방에 상패 시안을 올린 죄로 얼결에 내가 문구를 쓰게 되었다. '아! 나서지 말걸!' 왜 나는 또 못 참고 기어이 상패 시안을 보냈던 것인가? 그렇다. 고양이 목에 방울은 성격 급한 사람이 단다.


급하게 어디선가 다운로드한 걸을 토대로 단어만 수정해가며 완성해서 회장님에게 개인 톡을 보냈다. 다행히도 동화작가인 회장님이 알아서 문구를 바꾸셨다. 허접한 내 것보다 휘월씬 완성도 높은 교감 선생님 맞춤으로 상패 문구가 완성되었다.


결론

단톡방에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1. 내가 원하는 방향을 정해놓고, 말을 건네야 한다.

상패 시안은 어떤 걸로 할까요? 는 막연하다.

2. 옵션을 던지고 이 중에서 뭐로 할까요? 가 의사결정이 더 빠르다.

갑갑해서 나섰다간, 도와주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일을 하게 되어 있으니,

3.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단톡방이 아닌 개인 톡으로 내가 어떤 부분을 하면 좋을지를 물어본다.

아니면 성격 급한 사람이 그냥 다 하게 되어 있다.


한줄 요약 : 단톡방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려면,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바가 정해져야 합니다. 방향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옵션을 부여하여 물어봅니다. 업무 분장은 갠톡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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