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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Sep 11. 2022

단골 커피숍 사장님의 열정

사람 사는 이야기

사장님은 추석에 공연을 할 예정


(사장님) "이번 추석에는 공연을 해요. 보통 이런 공연에는 한 사람당 3곡 정도를 부르거든요. 그런데 조금 규모가 있는 자리라서 한곡 정도 부를 것 같아요. 노래 키를 높일까? 아니면 분위기 있게 살짝 내릴까 고민이 돼요. 내가 미리 선곡을 하고 알려줘야 밴드가 연습을 할 텐데. 이번에는 5명이 뒤에서 연주한다고 해요."

(나) "저 뮤지컬 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사장님) "뮤지컬을 할 때도 있지만, 전 전공이 국악이었어요. 노래 불러요. 아침에 샌드위치 싸면서, 무대에서 어떻게 할지 이것저것 궁리해보거든요. 벌써부터 행복해요."


새벽에 커피숍 문을 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침마다 가는 커피숍 사장님과 나눈 대화이다. 사장님은 새벽 일찍 나와 가게 문을 열고 샌드위치를 싸신다. 샌드위치를 싸시면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법륜 스님 유튜브를 틀어놓기도 한다. 음악 취향은 나랑은 맞진 않는다. 가끔 사람들 없을 때 뽕짝을 틀기도 하신다. 사장님은 늦은 오후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퇴근을 하신다. 요새는 저녁에 장구를 3시간 정도 친다고 한다.

열정적으로 사신다 싶으면서, 저녁 장구 치는 3시간이 없다면, 새벽에 커피숍 문을 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 안의 열정은 무엇일까?


커피숍 사장님에게 '장구'가 있다면, 나는 무엇이 있을까?

이력서에 취미라 썼듯이 '독서'인가? 독서를 잘하고 있긴 한가? 많이 읽긴 하는 것 같은데... 아니지. 난 양서를 읽진 않잖아. 주로 로맨스와 판타지 읽는군. 어디 가서 책 읽는 거 좋아한다 말하기도 민망하다. 판타지 소설 마니아 아들내미와 대화가 통할 정도이니 뭐. 이 분은 나보다 심각한 게, 판타지 '이세계'에 대해 혼자 동영상을 찍고 밴드에 올렸다. (밴드에는 본인 혼자 있다.)


호기심의 역사


열정 (熱情) :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열렬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호기심은 많다. 첫 번째 직장을 다닐 때는 업무상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일본 만화를 좋아해 방통대 일본어과에 진학했다. 1학기를 마치고 해외로 취업을 하는 바람에 학업을 더 잇지는 못했다.


하고 있는 일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쯤, 그래 돈이 최고야! 회사일 열심히 하면 뭐할 거야. 속 빈 강정이지! 이런 마음이 들었다. 재테크는 필수라잖아? 주식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의 월급독립 프로젝트>는 3번 읽었다. 이 분은 프로그램을 짜서 자기 기준 '신호'가 오면, 텔레그램으로 메시지가 오게 했다. 여기에 꽂혀 멀티*** 파이썬 주식 매매 강의를 듣기도 하고, 혼자 파이썬 책을 사다 놓고 유튜브를 보면서 기웃거리기도 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는 잘하는무엇하나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중 아무것도 결실을 이룬 게 없다. 아웃풋 없는 잡다한 호기심만 왕성하다.


열정은 고통이다.
‘열정’이라는 뜻의 영어 ‘패션(passion)’은 고대 그리스어 ‘파세인(pathein)’에서 유래했다. 파세인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해할 수 없고, 낯설고, 어렵고, 불편한 현실을 십자가를 짊어지듯 나의 어깨 위에 매는 행위’다. 패션이나 파세인 모두 기본적인 의미는 고통이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이상적인 파라다이스에 진입하는 여정이 어디 그리 쉽기만 하겠는가. 그래서 열정에는 위험한 모험이자 초인적인 용기가 따라야 한다.
<출처 : 심연, 배철현>

고통스럽지만 그 길을 인내하는 것이 열정이라니? 열정은 신나는 삼바 춤 같은 거 아니던가? 그냥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내 마음이 동해 '힘든 줄 모르고'하게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열정은 고통이었다. 이해할 수 없어도 낯설고 어렵고 불편해도 짊어지는 것이라면, 열정은 순교자의 모습을 닮았다.

https://youtu.be/Zh6WkDGywE8


자청 x 신사임당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신사임당이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한 번에 크게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그런 건 없다. 오늘은 요 상품에 클릭이 올랐군. 왜일까? 이래서 인가? 그럼 다음번에도 이렇게 해볼까? 작은 성공을 많이 쌓는 게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동력이다.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순교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성실'하다는 점에서는 다른 의견이 없을 것 같다.


"요정도는 돼야 하는 거지."가 아니라 지나가다 한번 더 생각이 났다면 그것에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 관심에 흥미를 가지고 몸을 움직여 키워나가는 것이다.


결국 Grit인가? 아! 이 말은 어쩜 이리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게 들릴까? 불처럼 활활 타오를 순 없는 건가? 한자어에는 분명 불화가 있는데 말이지.


이 로또 대박을 꿈꾸는 욕심쟁이 같으니라고. 새벽에 커피숍 문 열고 저녁에 3시간 장구 연습을 하는 게 열정이라고!!!


한줄 요약 : 첫술에 배부르랴~ 열정에는 지루하고 지겹지만 묵묵히 자기가 할 일을 해 나가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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