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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Sep 12. 2022

원고를 다시 꺼냈다.

사람 사는 이야기

두 번째 원고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내 운은 첫 책에 다 쓴 걸까? 백신 맞고 헤롱 거리는 상태에서 기획서를 작성하고, 샘플 원고 2편을 넣어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구글링 해서 나온 출판사로 <묻지 마> 투고를 한 셈. 나중에 너튜브 등을 찾아봤는데, 출판사마다 다루는 분야가 다르니, 그걸 확인하고 보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난 출판사를 쭉 리스트업 해서 (엑셀 문자 병합하기 기능으로) 단체 이메일을 발송했다. - 물론 개인별로 발송하기를 누르는 걸 잊지 않았다. 그다음 날 바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제목이 재미있어서 락했다고 하셨다.


대표님 말씀은 글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책을 구매로 이끌게 하려면, 제목+목차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제목+목차+표지> 요 조합이 책 구매 70%를 좌지우지한다고. 표지야 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대표님은 일단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홍대리 시리즈 느낌이란다. 표지는 만화 캐릭터로 가보자고 하셨다.


첫 번째 책(공저) 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실력은 나아졌으나, 두 번째 책은 빛을 보지 못했다. 반기획으로 해보자는 곳 한 군데만 연락이 왔다. 그 와중에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려, 한동안 정신줄을 쏙 뺐다.


나는 이걸 왜 썼던고?


첫 시작은 홧김이었다. 당시 나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더 잘 돼버리고 말리라!' 생각했다. 최고의 복수는 잘 사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실 나를 괴롭혔던 사람이 더 잘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으로 는 바가지 밖으로도 샌다고 같이 영어 스터디를 하시던 분이 그분을 안다고 하셨다. 하도 대강이라 누군지 확인해봤다는 말을 듣고 어쩐지 마음에 위로가 되다. 자기 발에 자기가 넘어지리라!!!


두 번째 책은 실화를 각색했다. 에피소드가 10개인데, 내가 들은 것도 있고 직접 겪은 것도 있다. 상상을 가미해 살짝 바꿨다. 브런치 서랍함에는 에피소드 몇 개가 더 있는데, 이론도 같이 넣어야 해서 10개로 추렸다, 이걸 한글 파일로도 보고, 프린트해서도 보고, 이렇게 몇 번 보고 나니 지겨웠다. 책을 이미 2권을 낸 동기 말 따나, 시 뿌리라는데,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1도 생기지 않았다.

이거 언제 다시 퇴고하고 새로 기획서를 쓰나? 당시의 불타던 복수심은 귀차니즘에 밀려 사그라들었다.


이거 그냥 브런치에 연재해버릴까? 고민도 했다. 첫 번째 책도 상당수가 브런치 북으로 있는데, 그냥 풀어버리지 뭐. 이렇게 생각하다가, 물리적인 존재로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게다가 브런치 북은 목차가 제한이 있다. 이 책은 챕터가 4개, 목차는 30개가 넘는다. 브런치 북 한 권에 다 안 담긴다. 이거 쓰느라 외국 논문까지 뒤졌는데, 잠 못 잔 그 시간들과, 주말에 벌떡 일어나 커피숍으로 달려갔던 시간들이 아까웠다.

<출처 : Pixabay>
하기가 싫을 때는 같이 할 사람을 찾는다.


캐런 바루크 펠드먼 <그릿 실천법>에서는 그릿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같이 할 커뮤니티를 찾으라고 했다. 그래. 너다. 남편.


연휴 마지막 날, 가기 싫은 나를 붙잡느라 남편 카드를 썼다.

"사이버 대학 등록한 건 공부하고 있어?"

"알아서 하고 있는데?"

"저기 무인카페나 같이 가자."

"......"

아침 10시에 끌고 나왔다. 다시 이리저리 수정하고 새로 알게 된 이론을 추가하고, 이전 내가 읽었던 논문이 맞는지 재검증 절차를 거쳤다.


이제는 다시 기획서를 쓸 차례.

기획서 쓰는 실력도 첫 번째보다 나아진 것 같은데, 제목과 목차가 매력적이지 않은 걸까? 제목도 새로 지었다. 핫한 키워드 '금쪽이'가 들어갔다. 

에잇. 모르겠다. 기획서는 또 언제 하려는 지. ppt도 다시 써야 하고, 꼬박 3시간 분량이다.  


무... 라도 썰자.


기왕 칼 든 거 무라도 썰어야지.

며칠 전 열정을 고통(파세인)이라는 글을 써놓고 나야말로 열정이 부족했군. 열받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글을 쓰면서, 그리고 여러 번 퇴고를 하는 지금은, 이 책이 유용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여러 가지 심리 이론을 찾아보면서, 내 마음도 같이 치유가 되었다. '그래. 내 안에만 갇히지 말자.'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정을 모르니까.


추천사도 미리 받았는데, 올해를 넘기진 말아야지.

다시 보는 거야!


한줄 요약 : 원고를 투고했는데 출판사 연락이 없다고요? 다시 뿌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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