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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Sep 14. 2022

Sultang It cher Yo?

사람 사는 이야기

통역을 하다?


아침, 커피숍, 블루투스 이어폰으로는 바이너리 비트를 틀으며 책을 펼쳤다. 아침이라 원래 집중이 잘돼는데, 이거 요물이다. 이것도 플라세보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쑤욱하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

초 집중 모드로 책을 읽고 있는데, 사장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출처 : Pixabay>

(사장님)

"저기요."

"저기요."

황급히 이어폰을 떼고 얼결에 마스크 벗은 상태로 사장님에게 달려갔다.

"저기 통역 좀 해주세요."

(나) "제... 가요?"

(사장님) "She speaks English."

이건 무슨 날벼락인 건가?

(잘생긴 데다 키도 훤칠했던 꽁지머리 백인 총각, 이하 총각)

"Can you speak English?"

이거 많이 들어본 문장이다.

(나) "A little bit"

(총각) "I just wonder Hazelnut coffee has sugar inside? Sultang It cher Yo?"

(나) "사장님, 헤이즐넛 커피에 설탕이 있냐는 데요?"

(사장님) "아, 자꾸 Sultang, Sultang 이랬싸서, Sultang이 설탕인 거지?. 난 뭔가 했지."

(사장님) "Sultang 있어요."

(총각) "Americano 주세요."


나라면, 그냥 아메리카노


백인 총각은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헤이즐넛 시럽으로 향을 내는 경우가 많아, 다른 건 몰라도, Sultang It cher Yo? 하나는 상비약 마냥 외우고 다녔던 모양이다. 헤이즐넛 향은 좋아도 설탕은 어지간히 싫었나 보네. Sultang It cher Yo?를 외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설탕을 술탕이라 발음하는 덕에 아무도 못 알아들었지만 말이다. 차라리 영어로만 말했으면 알아들었을 텐데...


나라면 귀찮아서, 헤이즐넛 시럽이 안 들어가 있으면서, 헤이즐넛 향이 나는 커피를 찾는 게 어렵다면, 그냥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할 것 같다.

(a) 헤이즐넛이 들어간 달달한 커피, (b) 헤이즐넛 향만 나는 블랙커피

전자가 걸릴 확률이 높고, 내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난 그냥 굳이 물어보지 않고 그냥 아메리카노다. 최악을 피하는 피하고 the best alternative를 선택하는 전략이다.


외국인들은 안 그렇더라. 자기가 먹고 싶은 걸 시간을 들여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건 넣어주시고 이건 빼주시고요."

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갈 때마다, 피자에 토핑을 물어볼 때마다,

"Everything on it"이라고 외쳤다. 난 못 먹는 게 없으니까.

<출처 : Pixabay>

효율성과 효과성


국내 항공사 다닐 때, 밀 서비스는 1.5시간 컷이었다. 기본적으로 2가지 메뉴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외항사에서 일할 때 밀 서비스가 3시간이면 빨리 끝나는 거다. Special Meal이 전체 밀의 1/3에 달할 때도 많다. 혹시나 자리를 바꿔 앉았을까 싶어 일일이 승객 이름 체크해가며, 힌두 밀, 코셔밀, 락토 베지터리안, 스트릭 베지터리안 등등을 주문한 게 맞는지 확인한다.


국내 항공사에서는 빨리 밥을 먹이고 승객들을 쉬게 해주는 것이 미덕처럼 느껴졌는데, 외항사에서 일을 할 때는 정확하게 매뉴얼대로 일을 해야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효율성이 높다. 짧은 시간(노력) 대비 산출이 높다.

효과성이 높다. 원하는 목표가 달성된다.


효율성이 높으려면, A가 없을 때 A'를 제공해서 일단 먹인다.

개성이 무시된다.

효과성이 높으려면, A가 없을 때, A'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A를 찾아준다.

A가 확실히 없다면, 그제야 A'를 고려한다.

개성을 존중한다.


외국이야 워낙 인종이 다양하고, 종교에 따라먹을 수 있는 음식, 없는 음식이 많으니 내가 먹고 싶은 걸 명확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걸 상대방이 기다려주고 맞춰주는 게 당연한 것 같았다.

어쩌면 다양성이라는 것, 이건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참아줄 줄 아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톨레랑스인가? 외국인은 지리적인 차이로 인한 다양성이지만, 세대 간 가치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다양성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A 없다니까. 그냥 A'로 해.

라고 할 것이 아니라, 왜 A'가 안되고 A이어야 하는지 이유를 들어보는 마음의 여유를 갖자.


그런데 말이야, 신입.

선배가 술을 권하는데, 한잔도 못 마신다는 게 말이나 돼?

-라고 말하지 맙시다.


한줄 요약 : 빨리 하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리'에 치중하면, '개성'이 무시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려면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참아줄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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