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총각은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헤이즐넛 시럽으로 향을 내는 경우가 많아, 다른 건 몰라도, Sultang It cher Yo? 하나는 상비약 마냥 외우고 다녔던 모양이다. 헤이즐넛 향은 좋아도 설탕은 어지간히 싫었나 보네. Sultang It cher Yo?를 외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설탕을 술탕이라 발음하는 덕에 아무도 못 알아들었지만 말이다. 차라리 영어로만 말했으면 알아들었을 텐데...
나라면 귀찮아서, 헤이즐넛 시럽이 안 들어가 있으면서, 헤이즐넛 향이 나는 커피를 찾는 게 어렵다면, 그냥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할 것 같다.
(a) 헤이즐넛이 들어간 달달한 커피, (b) 헤이즐넛 향만 나는 블랙커피
전자가 걸릴 확률이 높고, 내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난 그냥 굳이 물어보지 않고 그냥 아메리카노다. 최악을 피하는 피하고 the best alternative를 선택하는 전략이다.
외국인들은 안 그렇더라. 자기가 먹고 싶은 걸 시간을 들여 정확하게 설명한다.
"이건 넣어주시고 이건 빼주시고요."
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갈 때마다, 피자에 토핑을 물어볼 때마다,
"Everything on it"이라고 외쳤다. 난 못 먹는 게 없으니까.
<출처 : Pixabay>
효율성과 효과성
국내 항공사 다닐 때, 밀 서비스는 1.5시간 컷이었다. 기본적으로 2가지 메뉴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외항사에서 일할 때 밀 서비스가 3시간이면 빨리 끝나는 거다. Special Meal이 전체 밀의 1/3에 달할 때도 많다. 혹시나 자리를 바꿔 앉았을까 싶어 일일이 승객 이름 체크해가며, 힌두 밀, 코셔밀, 락토 베지터리안, 스트릭 베지터리안 등등을 주문한 게 맞는지 확인한다.
국내 항공사에서는 빨리 밥을 먹이고 승객들을 쉬게 해주는 것이 미덕처럼 느껴졌는데, 외항사에서 일을 할 때는 정확하게 매뉴얼대로 일을 해야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효율성이 높다. 짧은 시간(노력) 대비 산출이 높다.
효과성이 높다. 원하는 목표가 달성된다.
효율성이 높으려면, A가 없을 때 A'를 제공해서 일단 먹인다.
개성이 무시된다.
효과성이 높으려면, A가 없을 때, A'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A를 찾아준다.
A가 확실히 없다면, 그제야 A'를 고려한다.
개성을 존중한다.
외국이야 워낙 인종이 다양하고, 종교에 따라먹을 수 있는 음식, 없는 음식이 많으니 내가 먹고 싶은 걸 명확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걸 상대방이 기다려주고 맞춰주는 게 당연한 것 같았다.
어쩌면 다양성이라는 것, 이건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참아줄 줄 아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톨레랑스인가? 외국인은 지리적인 차이로 인한 다양성이지만, 세대 간 가치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다양성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A 없다니까. 그냥 A'로 해.
라고 할 것이 아니라, 왜 A'가 안되고 A이어야 하는지 이유를 들어보는 마음의 여유를 갖자.
그런데 말이야, 신입.
선배가 술을 권하는데, 한잔도 못 마신다는 게 말이나 돼?
-라고 말하지 맙시다.
한줄 요약 : 빨리 하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리'에 치중하면, '개성'이 무시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려면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참아줄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