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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Sep 09. 2022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사람 사는 이야기

이 사람은 이럴 때 이렇게 행동할 것 같아요.


예전에 배우 전도연 인터뷰에서 그녀의 연기관에 대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캐릭터예요?"라는 질문에, 전도연은 캐릭터에 대한 평면적인 기술을 거부한다.


"영화 '밀양'에서 '이신애'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질문을 했다고 치자.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답변은,

"남편과 사별 후 아들과 밀양에 오지만, 아들마저 유괴로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캐릭터예요." 정도일 것이다.


그녀는 이런 뻔한 말 대신, '이신애'라는 인물은 이럴 때는 이렇게 행동할 것 같다고 말한다. 자기가 맡게 되는 인물의 캐릭터와 동화되어 그 인물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내 정체성이 극 중 캐릭터와 일치하기에 이렇게 답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 원 기사는 찾을 수 없어, 그녀의 연기관이 묻어난 인터뷰 글 중 하나를 링크합니다.

https://weekly.donga.com/List/3/all/11/77396/1


나는 내가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인식의 한계까지다.


나는 나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체성은 나에 대한 예측에서 비롯된다. 우리 뇌에는 우리 몸 영역에 대한 지도가 그려져 있다. 인간이 자신을 인식하는 이유는 환경에 맞춰 적절히 제 몸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참고 : 펜필드의 뇌지도, 하단 링크>


신경계가 있는 생물과 그렇지 않은 생물의 가장 큰 차이는 '움직임'이 가능한가 여부이다. 멍게가 먹이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일 필요가 있는 유생일 때는 '뇌'가 있다. 성체가 되어 적당한 수온에 먹이가 풍부한 곳에 정착을 한다면?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기에, 자신의 뇌마저 소화시키고 여과 섭식으로 살아간다.


한 연구에서 아기 원숭이 팔 끝에 막대를 묶어놓으면, 아기 원숭이는 자기 팔이 닿는 범위까지가 아니라, 팔 끝에 막대기가 닿는 범위까지 예측 가능한 영역이라고 인식한다고 한다.

<출처 : 메타버스 사피엔스 p153. 지은이 김대식>


우리는 먹이를 찾아 움직이기 위해 뇌가 필요하며, 내 움직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결국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움직임을 통해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인식의 범위까지다.

현재 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는 두뇌를 이전에 일어난 일을 근거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끊임없이 예측하는 '예측 기계'라고 생각한다. 이후 뇌는 그 예측을 우리의 행동과 조치를 인도하는 데 사용한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모르텐 크링겔바흐 Morten Kringelbach에 따르면, 우리가 규칙적인 박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에 나올 박자를 쉽게 예측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예측이 맞으면 보상과 즐거움에 관련된 뇌 호르몬, 도파민이 약간 분비된다.
<출처 : 움직임의 뇌과학 p.107, 지은이 캐럴라인 윌리엄스>
당신의 환경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면?


이런 상상을 해봤다. 물리적인 환경에서 사회적인 환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10~12세까지가 결정적 시기다. 이 시기에 경험한 것에 따라 시냅스 연결망이 구축된다.


당신은 가진 환경적 제약으로,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시도해야 했고, 더 많이 노력해야 했다.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고자 당신은 좀 더 손을 뻗어야 먹이를 구할 수 있었고, 더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어야 했다.

이런 환경적 제약이 있다면, 당신의 정체성은 '노력'과 '성실'이 디폴트 값이 아닐까?


짐 퀵은 어린 시절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 다른 사람들보다 학습에 오래 걸렸지만, 그 결과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알게 되었다. 지금 그는 두뇌를 최적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한다. <출처 : 마지막 몰입, 짐 퀵>


네이비 씰 < 하버드 의사 < 우주 조종사로 이어지는 조니 킴의 커리어는 누가 봐도 화려하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자 아들 눈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엄마에게로 가는 아버지를 보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겉모습만 보면 알 수 없는 이야기.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고 싶었던 그는 더 이상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제 어쩐지 안심이 돼요."라고 말했던 소년이 아니다.

https://youtu.be/QcN58dFsOyA

어쩌면 결정적 시기에 환경적 제약은, 그 사람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며 더 나은 환경으로 나아갈 때,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이 된다.


극복만 할 수 있다면 트라우마는 더 이상 트라우마가 아니라는 말처럼, 나에게 주어진 환경적인 제약과 내가 겪을 고난을 이겨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정체성은 '자기 신뢰'로 알차에 여물 것이다.


그래, 진다고 세상 두 쪽 안 난다. 인생은 삼세판이나 다섯 대국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죽지 않는 한 우리 인생에는 다음 판이 있다. 지금 망할 것 같아도 다시 도전하고,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는 것.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우리가 인생에 맞서 갖춰야 하는 삶의 태도는 결국 같은 것이리라. 망할 것 같아도 오늘 다시 도전!
<출처 :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지은이 정김경숙>

참고 : 펜필드의 뇌지도

https://m.blog.naver.com/msnayana/8015225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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