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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Sep 08. 2022

엄마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사랑 때문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

To love is to risk not being loved in return,

To hope is to risk despair,

To try is to risk failure.

But risks must be taken because the greatest hazard in life is to risk nothing.

The person who risks nothing, does nothing, has nothing, is nothing.

Chained by his certitude he is a slave who has forfeited all freedom.

Only a person who risks is free.

- 〈Risk〉 Janet Rand


아침에 이 글을 읽고 좋아서 블로그에 옮겼다.

위험을 감수하는 건 <용기>라고 생각했는데, <자유>라는 말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사랑, 희망, 도전 이 모든 것들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사랑, 좌절, 실패를 내포한다.

오은영의 화해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최선을 다해도 언제나 결과가 좋을 수는 없어.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어. 좌절하기도 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그 실패나 좌절까지 모두 쭉 겪어 나가는 거야.”
<출처 : 오은영의 화해>

이 글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진정으로 자유롭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어 사랑, 희망, 도전에 몸을 던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 희망, 도전과 같은 숭고한 가치 때문에 나가지 못한다.


자유에는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나를 구속하는 것이 있다면, 그 구속으로 인해 한발 짝 나가기가 어렵다.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책임, 그것은 어쩌면 사랑, 희망, 도전의 양면과도 같다.

나를 구속하는 것이 없어야 자유로울 수 있고, 그다음에야 사랑, 희망, 도전할 수 있다.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한 이후, 엄마에게도 글쓰기를 권유했다.

엄마는 지금 상황에서 글을 다시 시작하는 건 무리라고 하신다. 점심 먹으면 치워야 하고, 가게 손님 오면 맞이해야 하고 전화도 받아야 하고, 저녁 되면 또 밥을 준비해야 한다.

엄마가 다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려면, 하루 단 2시간만이라도 자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누군가 엄마 대신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한다.


엄마가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삶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자기희생으로 평생을 살아오셨다. 그 사랑과 희생의 굴레가 엄마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한편 아빠를 보면, 그리스인 조르바가 따로 없다. 하고 싶은 거 다 하셔야 한다. 그 뒷감당은 오롯이 엄마, 엄마가 결국 감당을 하지 못해 나에게 넘어온다. 순수하게 이기적인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그 시대 남자들이 다 그런 건가? 엄마는 가끔 "남자들이 다 그렇지."라고 말한다. 나는 다 그렇다고 퉁치는 말이 싫다.

<출처 :Pixabay>

어딘가 얽매이지 않아야, 자유로울 수 있고, 자유로워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실패하기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도전하기에는 지금 해야 하는 것들이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서 하지 못한다.


아름다운 문장에 감동을 받다가, 이리 초치는 생각으로 마무리한다.

아~~ 이 현실적인 딸내미... 냉정한 딸내미...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네.


자유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더라도 사랑, 희망, 도전을 할 수 있는 영혼의 순수함을 말하지 않습니다. 숭고한 가치는 때로는 자유를 구속합니다. 우리는 가족에 대한 사랑, 가족이 품고 있는 희망과 도전을 도와주고자 나를 희생하기도 합니다. 자유에는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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