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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Sep 17. 2022

자사고 설명회를 죄다 예약해버렸다.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10월, 11월 토요일은 없다.


10.15(토) 2시 경*고

10.22(토) 11시 선*고

11.12(토) 2시 신*고


아침에 급하게 신청한 자사고 설명회 일정이다. 10월 즈음인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시작이었다. T 엄마는 신*고 소규모 설명회를 다녀왔다고 한다. 동네 엄마들이 가까운 데다 입결이 좋아 다 보내고 싶어 하는 선*고는 다 마감했다고 하길래, 긴가 민가 하며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아직 하길래 다른 인근 자사고까지 죄다 예약해 버렸다.


우리가 이러려고 모인 게 아니었어요.


오랜만에 학운위 멤버들과 술을 했다. 난 회사에 인사발령이 있어 뒤늦게 조인을 했다. - 왜 항상 인사발령은 금요일 남들 다 퇴근한 후에 올리는 것인가!

들어가 보니 이미 맥주가 3-4병, 소주도 한 병이 비워져 있었다. 오자마자 건네는 시원한 소맥 한잔!

동네 맛집이라더니, 안주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심지어 우리 아파트 건너편 아파트 상가 맥주집인데, 여태 여길 한 번도 안 갔다니! 나오는 대로 먹다 보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이 날 모임은, 친목 도모 겸, 학교에 건의할 내용에 대해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학운위는 최소한 8번을 열어야 하고, 횟수가 미달될 경우 사유서를 학교가 내야 한다고 한다. - 내가 직접 확인해본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도 지역위원 뽑느라 한번 모였고, 실제 회의 진행은 2번 했었다. 게다가 지난번 회의에서 가결한 사항이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간단하게 보고를 하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가결은 하고, 운영상 수정 사항이 생기면 학교에서 알려오질 않았다. 회의 중에 건의를 한 적이 있었으나, 지켜지지 않아, 위원들 의견을 들을 겸 자리는 마련했는데...,


이러려고 모인 게 맞는 것 같아요!


치맛바람이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에게 지극정성이라고 해야 하나? T 엄마가 큰 아이 대학 보낸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멤버들 정신이 혼미해졌다.


대치동에서 사주 보시는 분이 알려준 대학에 넣었는데, 합격을 했다. 그분이 원래 교육 컨설턴트였는데 명리학에 관심이 있어 공부를 했다. 원래 그 대학은 생각이 없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한번 넣어볼까? 싶었다고. 다들 "거기 어디예요? 예약 대기 길어요? 저 좀 데리고 가요."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신*고 소규모 입시 설명회 다녀온 이야기가 시작됐다. 최근 들어 입결에서 약진을 보이고 있다는 그 학교, 선*고만큼 괜찮다며, T 엄마는 전체 입시 설명회도 갈 거라고 했다. 이어서 계속되는 입시 이야기.

<출처 : Pixabay>

나란 인간, 팔랑 귀를 가졌구나!


초에 선*고와 신*고는 힘들어서 우리 아이랑 안 맞을 것 같아 보낼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미 설명회를 다녀왔다는 말에 귀가 팔랑 거린다. 어찌 이리 줏대가 없니?


아침에 눈 뜨자마자 설명회 예약이라니! 술 마시고 머리가 아파, 한 손으로 해장국 먹으면서 다른 한 손은 스마트 폰을 꼭 쥐고 스크롤하고 있다. 남편이 옆에서 한마디 한다.

"그냥 하나만 해라. 밥을 먹던, 학교 홈페이지를 보던."


(이성의 목소리) 아이가 공부와 잘 안 맞는다.- 못한다는 표현보다는 안 맞는다고 말해주자. 마음도 여린 편이다. 기왕이면 입결은 별로여도 여유로운 자사고를 보내겠다고 마음을 먹어놓고, 너 왜 이러니? 인근 교회가 신도를 받지 않아 기왕이면 미션 스쿨로 보내자고 결정했잖니?


(감정의 목소리) 그게, 어제 학원에서 전화가 왔거든요. 아이 어디 보낼 거냐고 물어보셔서 **고 생각한다고 하니, 그러지 말고 오늘 학원 설명회를 오라고 하는 거예요. 인근 자사고, 일반고 특징을 분석해서 설명해준다고요. 오늘 엄마들과 술 약속이 있다고 하니, 아이 생활기록부 가지고 내일 면담을 하자고 하셨어요. 괜히 저도 마음이 그랬나 봐요. 그래도 설명회 여러 군데 다녀보고 나면 감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기, 오늘 점심에 상담실장님에게 연락을 했어요. 생활기록부를 먼저 보자고 해서 보냈는데요. 아직 아무 말씀이 없으시네요. 설마? 그냥 바쁘신 거겠죠?


정보를 얻으려면 그냥 혼자 유튜브를 보는 게 나은 것 같은데, 괜스레 여기저기 말 듣고 휩쓸렸나 걱정이네요.


참고로 구독은 눌렀지만 가끔만 보는 유클, 아실 것 같지만, 링크 걸어봅니다.

https://m.youtube.com/channel/UCSvQJiTYECOrw-AYOr4yzqA

한 줄 요약 : 줏대 없이 살지 말고 기준을 세우자 마음먹었어도, 아이 학교 문제에는 팔랑귀가 되는군요. 기왕 예약 잡아 놓은 거, 죄다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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