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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Oct 02. 2022

화살은 한 번만 쏘자.

사람 사는 이야기

두 번 화살을 쏘지 말라.


사건은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은  이미 벌어진 사건으로 화살을 한번 맞았다. 붓다는 두 번 화살을 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사건으로 말미암아 마음속에 고통이 일어날 때 고통은 그 자체로 그쳐야 한다. 그 일을 반추하면서, '왜 이렇게 됐을까?' 고민하고 자책하는 것은 두 번째 화살을 내 마음에 쏘는 일이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과거는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후회로 화살을 쏘고 미래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함으로 화살을 쏜다.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까 불안해하지 말자. 그 일이 닥쳤을 때 내가 어떻게 행동할 지만 미리 결정자. 불안함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한다. 마음에 예방 접종을 맞는 것과 비슷하다. 최악의 상황을 포함하여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상상해라. 시나리오별 플랜 A, 플랜 B를 미리 마련해둬서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질 때 내가 정한 대로 행동한다. 최선을 생각하고 최악을 대비하라는 말처럼 '사전 부검'을 준비해다.

*사전 부검 설명 링크

<출처 : Pixabay>
포기하자.


시어머니랑 같이 사는 친구가 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시어머니와 같이 살게 되었고 그 이후로 이십 년이 지났다. 지금은 어머니 나이 칠순이 넘다. 친구는 전화 통화나 톡을 할 때마다, 시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힘들어한다.

"우리 어머니는 이렇게 좋으신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어머니는 좋은 분이었지만, 같이 사는 건 다른 문제다. 집에서 옷 한번 편하게 입고 널브러져 본 적이 없고, 밤새고 비행을 하고 돌아와도, 잠깐 눈만 붙이고 아침부터 밀린 집안일을 하고 일찍 집을 나간다. 커피숍이 그나마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친구에게 그냥 포기하라고 한다. 따로 살려면 어머니 나이 젊었을 때, 따로 살았어야지. 지금은 따로 떨어져 살았더라도 네가 다시 모실 판이라고. 그냥 네가 돈을 열심히 벌어서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게 최선일 것 같다고 했다. 네가 지금 그때 시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모시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한들, 지금 어쩌겠냐? 받아들여라. 네가 이리 곱씹는 것도, 머님에게 잘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같이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같이 있어서 그렇다. 그때 너도 네가 감당할 수 있을 줄 알고 그런 거겠지만, 산다는 게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냐.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은 네 공간을 마련하는 것. 내가 보기엔 그게 다인 것 같다. 지나간 일로 후회하면서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생각하지도 말아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정 힘들면 '나'를 먼저 챙기자.


네가 정 못 살 것 같으면, 너 먼저 살아라. 차라리 빚을 내서 네 집 근처 어머니 살 곳을 마련해라. 속으로 쌓아만 뒀다 좋았던 사이도 멀어진다. 나는 네 마음 다 모른다. 솔직히 나는 우리 엄마랑도 못 살 것 같다. 넌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나로서는 엄두도 안 난다. 네가 하는 말들이 아직은 버틸만해서 그런 건지, 아님 정말 힘들어서 더 이상 못 견딜 것 같아서 그런 건지도 판단도 안된다.


받아들이던가, 방법을 마련하던가. 같이 살면서 어찌 좋은 날만 있겠나.

오해는 말길. 난 네 말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 다만 네가 말로 한을 풀어버리면, 그 한이 계속 남아 병이 될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 된다. 상처에 마데카솔 없이 밴드만 붙이는 그런 게 될까 봐서. 네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싶으면, 항상 '자신'을 판단 기준에 두길 바란다. 너무 애쓰지 말자. 솔직히 요새 세상에 그렇게 사는 며느리 별로 없다. 아무리 시어머니가 좋은 분이라 한들 당연히 불편하다. 네가 못된 게 아니다. 지나치게 죄책감 가지지 말길 바란다.


한 줄 요약 : 지나간 거 후회하지 않기. 다가오는 미래 불안해하지 말고 대비책을 세우기. 판단 기준은 늘 '자신'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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