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Oct 03. 2022

흑역사를 대하는 자세

사람 사는 이야기

https://youtu.be/yEQdVjtqHgg

1일 1 이불 킥을 했는가?


익숙한 일을 하면 실수가 없다. 실수는 새로운 일, 잘 모르는 일에 도전할 때 생긴다.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늘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이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다. 침대 위를 떼굴떼굴 구르다가 이불만 퍽퍽 쳐댄다. 머릿속에 같은 장면을 리플레이하면서, 아!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후회를 반복한다.


이불 킥 할 만큼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실수를 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오늘 하루를 성공적으로 보낸 것이다.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싶지만, 이불 킥을 했다는 말은 그 상황에 적절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했단 의미고, 당신이 그런 말과 행동을 한 이유는 그 상황이 당신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당신은 새로운 것에 도전했기에 실수를 한 것이다.


실수를 했으니, 후회도 하고, 그 후회로 배우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만 않는다면,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배움이 된다.


흑역사는 당신에게 무엇을 가르쳐줬나요?


없었던 일로 치거나 잊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과거를 가리켜 흑역사라고 한다. 어린 시절 멋도 모르고 뻗대던 시절에 저지른 실수들은 뭐가 있을까? 그런 실수들은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 


생각나는 일화 하나

얼마 전 모 작가님 블로그에 실수로 댓글을 달았다. 그전에는 내가 빨리 읽는 줄은 알았지만, 꼼꼼하게 까지는 아니어도, 내용을 건너뛰어 읽는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나 다 읽었다고!

그런데, 듬성듬성 읽은 게 맞나 보다. 'XXX이 아닌 YYY'가 글의 포인트였는데 나는 XXX에 꽂혔다. 선입견이란 게 무서운 게, XXX는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것이었다. 좋은데 YYY 상황에는 좋지 않다는 의미였다. 훌러덩 글을 읽어버린 나는 XXX에 대해 긍정적인 댓글을 달아버렸다. 이후 대댓글을 보고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기 YYY에 대한 거였는데요?"


어쩌겠나? 이미 엎은 물, 죄송하다고 하고, 앞으로는 좀 더 꼼꼼하게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이 날 흑역사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넘기지 말고,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니, 제대로 보자."라는 교훈을 남겼다.

<출처 : Pixabay>

내 흑역사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TMI 하게 말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강박이라도 느꼈는지, 나는 내 행동에 대해 상대방에 이해를 구하고자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자아존중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그렇다고 한다. 뭐든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대화가 어색하게 끊길까 봐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것도 그렇다. 어색함을 견디기 어려워 자기희생?을 하는 건데, 이것도 지위 관계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행동이란다.

요런 흑역사들은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내가 이럴 때마다 '의식'한다. 나 또 시작이군.

<출처 : Pixabay>

한 줄 요약 : 오늘 하루 이불 킥 했다고 부끄러 말고, 나 오늘 뭐 하나 배웠다 생각해라. 흑역사는 조금 나아진 당신의 모습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하였으니 부끄럽다 묻어두지 말아라.


끝으로, 친구 남친이 해줬던 인상 깊은 말 하나 덧붙인다. 잠자기 전에 하루를 뒤돌아 보며,

"What have I learned today?"를 자기에게 물어보자.

움이 있던 하루였는지, 그 배움으로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화살은 한 번만 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