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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Oct 11. 2022

과식은 중독일까?

사람 사는 이야기

우리는 두려움을 가라앉히고자 먹는다.


오프라 윈프리는 '과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두려움을 가라앉히고자 먹는다고.

한 때 237파운드(약 107kg) 몸무게에 육박했던 그녀가 했던 말이니 귀담아 들어보자.

For most of us who overeat, extra pounds correspond to unresolved anxieties, frustrations, and depressions, which all come down to fear we haven't worked through. We submerge the fear in food instead of feeling it and dealing with it. We repress it all with offerings from the fridge.
 
과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분의 체중은 해결되지 않은 불안, 좌절, 우울증에 해당하는데, 이것들은 모두 우리가 겪지 못한 두려움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고 대처하는 대신 음식에 두려움을 가라앉힌다. 우리는 냉장고에서 나오는 제물로 모든 것을 억누른다.
<출처 : What I Know For Sure, p.223, 지은이 오프라 윈프리>

오프라 윈프리는 3살 때부터 교회를 다니며 뛰어난 암기력과 말재주를 보여 동네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10대 시절 무관심한 엄마와 가정사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지만, 아버지와 새 아머지의 격려로 다시 중심을 잡는다. 이후 여러 콘테스트에 출연하여 유명해졌고 19세에는 라디오 프로 진행자가 되었다. 큰 좌절을 겪었지만, 전설의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가 되었고 1993년 마이클 잭슨 편은 9,000만 명이 시청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 인용 : 나무위키, 오프라 윈프리>


오프라 윈프리는 3살 때부터 자신을 성취도가 높았던 사람(an overachiever)으로 평한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대회에 나가서 장학금을 받았다. 그녀가 태어나는 것만으로 여기에 있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30대 중반, "난 아무것도 증명할 게 없었다.(I had nothing to prove.)"는 걸 그제야 알았다고 소회 한다.


과식과 중독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과식을 했을 때 분비되는 랩톤 호르몬이 중독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과 유사하게 작동한다고 한다. 과식을 하는 것도 중독과 유사하다는 의미다.

좀 더 자세히 풀이하자면, 포만감을 알려 식욕을 억제하는 랩톤과 공복 상태를 전달하는 그렐린 호르몬은 도파민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도파민 시스템은 뇌의 보상 경로에 핵심 구성 요소다.

< 출처 : 과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The Science Times>


과식은 일종의 중독인 셈이다. 모든 중독은 도파민 과잉으로 생긴다. 우리 몸은 평형을 추구한다. 도파민이 분비되어 한쪽 축이 올라가면 그 반대 방향으로 축이 내려간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도파민이 분비되면, 축은 그만큼 더 많이 내려간다.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난 뒤에 밀려오는 공허감이 반증이다.

뇌는 이전과 같은 수준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더 많은 도파민을 필요로 하는 데 이 과정이 반복이 되면서 내성이 생긴다.

< 참고 : Dr. Anna Lembke: Understanding & Treating Addiction | Huberman Lab Podcast #33 >


오프라 윈프리는 경험을 통해서 이 메커니즘을 알았나 보다. 그녀는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불우한 어린 시절, 축복처럼 주어진 뛰어난 재능, 성취 중독에 빠질만하지 않은가? 3살 때부터 교회에 나가 성경구절을 암기를 하고 받았던 칭찬을 시작으로 그녀는 더 많이 성취하고 더 많이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과식인지 폭식인지


부끄럽지만 대학시절 다이어트에 심취하여 30kg를 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온갖 종류의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반복되는 요요로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식단 다이어트나 단식을 하느라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으면, 다이어트가 끝나는 바로 그다음 날 폭식 대잔치가 벌어졌다.

대학시절은 다이어트뿐 아니라 여러 문제로 머리가 아팠던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분풀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먹었다.

아몬드 후레이크 한통, 우유 1리터, 피자 라지 사이즈 한판, 내가 한 번에 먹었던 최대치다. 먹고 얼마나 울었던지, 다시 떠올려도 슬프다.

<출처 : Pixabay>

뭐 그리 자신을 재단하고 몰아부치며 살았는지 모를 일이다. 다행히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무엇보다 싱가포르에 가면서 폭식을 하던 버릇은 사라졌다. 과식은 그냥 습관이 되었나보다. 남은 게 아까워서 먹는 것도 있지만, 대게는 진심으로 맛있어서 먹는다. 그렇다면 이젠 과식이 아니라 적정량인 걸수도 있겠다. 일하면서 공부할 때 저혈압 때문인지 자꾸 기절을 하길래 5킬로 정도 찌웠더니, 지금은 그 찌운 몸무게로 유지 중이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무언가를 먹고 싶을 때 내 오감을 다른 것으로 채워주라는 유명한 다이어터의 말이 생각난다. 입이 심심하다 싶으면 향수를 뿌리는 등으로 다른 종류의 감각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이다. '과식' 중독을 다른 감각의 중독으로 대체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헤로인 중독을 치료할 때 다른 종류의 마약으로 바꿔서 치료를 하는 걸 보면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가 한다.


만약 당신이 배가 불러도 먹고 있다면, 몸이 배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배고파서다. 그러니 나는 왜 이리 의지가 약할까 자기탓은 하지 말자.


한줄 요약 : 과식을 하고 있다면, 마음 공부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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