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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Nov 05. 2022

주말 출근에 대하여

회사란 말이지

부정적인 기대가 주는 실망감

다시금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번 주는 토요일, 일요일 모두 출근이다. 지난 3~4월에도 계속되는 수시 공채와 경력 공채로 꼼짝없이 한 달은 매주, 한 달은 격주로 출근했다. 그때는 원고 막바지 작업이라 더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이 오히려 더 부담스럽다. 다시 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여러 번 이직을 하다 보니 회사별로 특징이 보인다. 여기는 불필요하게 일을 두 번씩 하는 편이다. 비교하니 갑갑하다. 이거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인데... 왜 이틀이나 나와서 이걸 해야 하는 건가? 닥치면 별거 아니다. 부정적인 기대가 미리 초를 친다.


주말 출근, 이제는 수당도 챙겨주지만 딱히 하고 싶지 않다. 주 5일 동안 회사에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는데, 오롯이 충전을 위해 쉬어야 하는 주말마저 회사로 나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부담스럽다. 직장인에게 삶이란 1주일을 기준으로 주 5일과 주 2일로 나뉘어 오르락내리락 리듬을 탄다. 앞에 5일은 적당히 내 감정을 감추고, 싫어도 '네'라고 대답한다. 꼼짝없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는다.


근로자와 근로자가 아닌 자를 구분 짓는 지표는 '남이 시킨 일을 하느냐'다. 다른 말로는 사용종속성, 여러 부차적인 지표들 중에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포함된 걸 보면 근로자란 남의 일,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는다. 그렇다면 주말은 '나'로 살아가는 건가?


주말을 나는 어떻게 보내나? 토요일 오전은 밀린 집안일을 몰아서 하고 아이가 과외를 하는 동안은 빨래를 한다. 삼시 세끼를 다 차리는 것도 아닌데 밥하고 먹고 치우는데 내 시간이 다 소비된다. 어쩌면 주중에 회사에 출근하느라 일찍 나와서 커피숍에 가 있는 그 시간들이 유일하게 나답게 보내는 시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주 5일이 오히려 진짜 나로 사는 게 아닌가?


린드 아주머니의 지혜

빨강머리 앤은 린드 아주머니에게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라 말한다.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나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내 멋대로 기대해 놓고, 실망도 내 멋대로 한다.

앤처럼 매사에 기대를 품고,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며, 실망도 적극적으로 감싸 앉는 사람도 있는 반면, 실망할까 봐 기대를 접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는? 린드 아주머니 쪽에 가깝다.

기대란 무엇인가?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 뜻대로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멋대로 실망하는 건 얼마나 주관적인가?


내 마음이 왜 외부 조건에 따라 흔들려야 하는가?

외부 상황이, 타인이, 사건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해서 실망하고 화를 내는 것도 부질없을뿐더러, 외부 조건에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떤 일이 벌어지건, 인연 과보라는 법륜스님 말씀대로, 일어날 일은 일어날 지어니, 주어진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면 그뿐 아닐까?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잠깐 단순노동을 끝내고, 점심 전 비는 시간에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어쩌면 나 답게 보내는 시간이 아닌가 한다.

주말에 회사 나온다고 미리 실망하고 슬퍼하지 말지니.

이 또한 내 마음을 외부에 맡기는 것이다.


p.s. 별거 아닌 휴일근무에 쓸데 없이 비장해졌다.

<출처 : Pixabay>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다. 동아리는 비슷한 취미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친목을 다지며 즐겁게 지내는 곳이다. 회사는 다르다. 회사가 ‘나의 능력과 경험을 일정량의 재화와 교환하는 장소’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형용사를 붙여도 결국 노동력을 제공해야만 그에 합당한 돈을 받을 수 있다.


놀랍게도, 기대치를 낮추고 일에 몰두하여 성과를 내면 그 과정에서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고, 평생을 함께할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학교나 동아리에서 만난 인간관계는 싹 잊고 직장에 발을 내딛자. ‘회사는 원래 외로운 곳, 이해받지 못하는 곳.’ 이렇게 기대 수준을 낮추고 직장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출처 : PLAN Z 플랜제트 | 여자를 위한 회사는 없다, 지은이 최명화>


한줄 요약 : 기대는 주관적이다.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지 말자. 내 마음은 나의 것.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다.


참고 : 인연과보

https://www.youtube.com/watch?v=D124w8AHER4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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