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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Nov 17. 2022

컨셉 공부법을 아시나요?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공부도 컨셉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공부도 컨셉을 잡고 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컨셉은 헤르미온느다. 헤르미온느는 마법약 수업 중 선생님 질문에 척척 대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헤르미온느>를 컨셉으로 잡은 아이는 해리포터 공책, 헤르미온느 머리띠, 마법 지팡이등 각종 소품을 챙기고 ASMR도 깔맞춤으로 틀어놓는다. 온라인 서점에는 호그와트 입학 세트와 그리핀도르 기숙사 세트까지 있다고 한다.

<참고 : 트렌드 코리아 2023, 지은이 김난도 등>


궁금해서 '호그와트 입학 세트'를 찾아봤다. 출판사 설명에 따르면 "해리의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와 준비물 목록, 9와 4분의 3 승강장 티켓, 호그와트 지도, '이러쿵저러쿵' 부록인 심령 안경, 각종 스티커와 엽서, 소책자, 연필을 비롯한 문구류, 후려치는 버드나무 책갈피, 개구리 초콜릿 포스트잇 등 10가지가 넘는 예쁜 소품들 & 배우들과 제작진이 들려주는 영화 <해리 포터>에 관한 뒷이야기들"로 구성된 제품이다. 소품들로 공부방을 꾸미면 호그와트에 입학한 기분이 들려나?


내친 김에 헤르미온느 공부 asmr도 검색해봤다. 마지막 영상 커버에는 헤르미온느가 수업을 여러 개 들으려 사용했던 타임 터너도 보인다. 뭔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겠다고 타임 터너로 시간까지 되돌려 가며 수업을 듣는지 모를 일이다.

<출처 : 유튜브 헤르미온느 공부 ASMR >

컨셉은 종류도 다양하다. 스카이캐슬 예서 컨셉으로 서울 의대를 가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아이도 있고, 스스로를 왕족이라 생각하고 나라의 안위를 위해 공부하는 아이도 있다.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하기 위한 선비 컨셉은 ASMR이 빗소리, 새소리다.


이렇게 컨셉을 정하는 이유는 뭘까?


뭐겠나? 공부가 너무나도 하기 싫은 거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좋아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컨셉을 다른 말로 하면 취향이다. 공부는 싫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취향을 따라 해보는 건 재미있다.


홋타 슈고의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서던 덴마크대 판텔리스 P. 아날리티스 연구진이 14,000명을 대상으로 선택과 만족감에 관해 실시한 연구를 소개한다.


사람들이 영화를 고를 때 다음 중 누구의 정보를 참고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까?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개인의 선택을 흉내 내는 경우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것을 흉내 내는 경우

Ⓒ취향이 비슷한 집단의 선택을 참고해 결정하는 경우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선택한 몇 개의 선택지 중에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결정하는 경우


정답은 Ⓐ이다. 취미가 비슷한 사람, 호감이 가는 사람을 따라 하면 몰입이 잘된다. 책에서는 '흉내를 내는 건 사물의 기본 정보와 핵심 포인트를 인스톨 install 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헤르미온느 컨셉으로 공부하는 아이는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 타임 터너로 시간을 돌리는 마법을 구사하지는 못할지언정, 계획표를 빈틈없이 세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하지 않을까?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다른 아이가 대답할세라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번쩍 손을 들지 않을까? 계획성과 적극성, 호승심,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질 아닌가? 헤르미온느를 따라하다 헤르미온느가 될 수도 있다. 가즈아!


기왕이면 나보다 멋지고,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따라해 보자. 헤르미온느도 좋지만 현실세계 인물이라면 더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게다가 컨셉 공부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컨셉별로 친구들과 만나서 공부 인증도 하고 줌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틀어 놓기도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그냥 속담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박스 무게를 추측하는 실험에서 혼자 박스를 들었던 학생들은 박스 무게를 물어봤을 때, 실제 박스 무게에 근접한 값을 말했다. 한편 동료와 함께 박스를 들어야 하는 학생들은 실제 무게보다 적게 박스 무게를 예상했다. 심지어 동료가 부상을 입어 도움이 별로 안 되는 상황에서도 동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박스 무게를 더 가볍게 인식했다.

<출처 : Expecting to lift a box together makes the load look lighter>


동료가 나를 실제로 도와줄 수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힘든 시기에 기댈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심리적인 위안을 얻는다. 같이 공부하는 게 효과적인 이유다.


그래. 너희들이 낫다. 엄마 아빠 세대는 공부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였는데, 너희들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구나. 엄마 아빠보다 똑똑한 아이들이네. 엄마 아빠 보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이네.


한 줄 요약 : 공부가 힘들다면 내가 좋아하는 컨셉으로, 기왕이면 친구와 함께 해보자.


p.s. 이거이거 직장인들도 써먹을 수 있을려나? 나 오늘 <미생> 오차장 컨셉이야. 뭐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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