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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Nov 23. 2022

나에게 슈퍼파워가 있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나요?

사람 사는 이야기

아이들이 가지고 싶었던 슈퍼파워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이가 3학년일 때, 동갑내기인 시누네 아이들을 단톡방에 모아 영어 주제 일기를 시켰다. 주제 중에 하나는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떤 능력을 선택할 것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나오는 초능력은 투명인간(해리포터 버전으로는 투명 망토), 텔레파시, 염력 등이다. 시력, 청력, 운동감각능력 등 일반적인 신체능력을 초월한 능력, 말 그대로 초능력이다. 이야기 속 액션 히어로들은 초능력으로 일반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시원시원하게 해결한다. 일반인을 넘어서는 슈퍼맨(Superman) 되시겠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액션 히어로들도 과학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아이언맨이나 배트맨은 과학 + 돈으로 타고난 신체능력 플러스 알파의 능력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어떤 초능력을 가지고 싶다고 썼을까? 의외로 신체능력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고 한 아이는 없었다. 투명인간이 되어도 딱히 몰래 어딜 들어가서 보고 싶다던가? 말이 아닌 텔레파시로 말하고 싶다던가? 염력으로 물건을 움직일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굳이 왜? - 아이들도 현실에 치였나? 상상력이 빈곤하다.

<출처 : Pixabay>


아이들은 모든 고민을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어 했다. 

마법 램프의 지니를 부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어요.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면 뭐든 이뤄지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마이더스의 손' 같은 해결책을 원했다.


아이야, 그런 능력이 있으면 사람이 아니라 '신'이란다. 뭐든 이룰 수 있는 능력이라~, 강신주 책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서 돈의 속성이 신의 속성과 닮았다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유일무이, 무소불위, 전지전능이었던가?


내가 가지고 싶은 슈퍼파워는 무엇일까?


어릴 때 봤던 심형래가 나왔던 어린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한 여자아이가 책을 읽는데, 책 안에 활자들이 머릿속으로 바로 들어갔다. '저 아이는 책만 한번 쓰윽 읽으면 세상에 모든 지식을 다 알 수 있겠네? 나도 이런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때도 나는 호기심 대마왕이었나 보다. 세상에 궁금한 게 많았다. 세상을 꿰뚫는 하나의 진리가 있다면 그걸 알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상상으로도 슈퍼파워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판타지 웹소설 중에서 '회귀 물'을 좋아하는데, 그 탓인지 종종 현재의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로 과거의 나를 다시 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슈퍼파워가 있다면 나는 무엇을 되돌리고 싶을까?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할머니한테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고 싶다. 나를 키워주셨던 외할머니는 고2에서 고3 올라가던 겨울에 돌아가셨다. 어릴 때는 유순한 편이었는데, 중학교 때 사춘기가 왔는지, 할머니가 하는 말에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방학에 잠시 놀러 와 있던 사촌언니에게 할머니가, "아이가 안 그랬는데, 요즈음은 이렇게 말대꾸를 하네."라고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난다. 그게 아직까지 미안하다. 할머니가 그리 빨리 돌아가실 줄 알았으면, 그냥 한소리 듣고 마는 건데.

https://www.youtube.com/watch?v=FM7MFYoylVs

초능력 하면 생각나는 노래, "something just like this"
나에겐 무엇을 후회하거나 동경하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헬렌 켈러는 <사흘만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에서 '나에겐 무엇을 후회하거나 동경하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하단 참고)

그 시절 나는 누구나 다 겪는 사춘기를 겪었을 뿐이다. 자라나는 과정이다. 사춘기 때는 어른들 말에 반발심도 생기고 자기 생각도 여무는 시기다. 후회한다 한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 그 후회로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진실을 배웠다. - 엄마한테 잘해야겠다.


어떤 슈퍼파워를 가지고 싶나요? 이 질문에 막막해진다. 어린 왕자가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 구렁이'를 모자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었나보다. 떠오르는 게 없다. 슈퍼파워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현실이라는 제약 범위 내에서 소원을 빌어본다면,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비타민 정맥주사 맞은 직후처럼 힘이 나면 좋겠다. 아니면 수면마취제 하고 깨어날 때처럼 눈이 번쩍 뜨이면 좋겠다. 딱 그 정도 소박한 소원이 있다.


고치고 싶은 과거는 있지만, 후회를 곱씹는다 한들 되돌릴 수 없다. 내가 가지지 않은 슈퍼파워를 동경하며 상상 속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실을 충실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슈퍼파워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닐까 한다.


한 줄 요약 : 슈퍼파워가 없으면 어떤가? 그냥 사는 것도 그냥 사는 게 아닌 것을. 후회할 시간이 없다. 지금을 잘 살아보자.



만약 기적이 일어나 내게 볼 수 있는 시간을 사흘 주고, 이어서 다시 어둠이 시작된다면, 나는 이 소중한 시간을 셋으로 나누어 써 보고 싶습니다.


첫째 날에, 나는 친절과 상냥함과 우정으로 나의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만들어 주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먼저, 나는 존경하는 선생님, 애니 설리번 메이시 선생님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어린 나에게 오셔서 외부 세계의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 윤곽을 기억 속에 담아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여 나를 교육하는 그 어려운 일을 이루어 내게 한 동정심 넘치는 상냥함과 인내심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생생한 증거를 찾아내고 싶습니다.


이튿날, 그러니까 볼 수 있게 된 둘째 날, 나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을 바라보겠습니다. 태양이 곤히 잠든 대지를 일깨우면서 펼쳐 보이는 장엄한 빛의 파노라마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두 눈에 담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오고, 나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는 기대에 들떠 새벽을 맞이할 것입니다. 확신하건대, 진짜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새벽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비록 상상력이 만들어 낸 기적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이날은 셋째 날이자 내가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나에겐 무엇을 후회하거나 동경하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봐야 할 것이 아직도 너무 많으니까요.


첫째 날에는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을 보았고, 둘째 날에는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현재 사람들이 일하며 사는 세계, 사람들이 일 때문에 자주 다니는 곳을 찾아가려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여러 모습을 보여 주는 곳으로 뉴욕만 한 데가 있을까요? 그러므로 이날엔 이 도시를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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