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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Nov 24. 2022

이거 하나는 내가 자신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

꾸준하게 한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난 꾸준하게는 한다였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많이 느끼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을 잘 바꾸지 않는다. 그게 물건이든, 습관이든.

그냥 하나 쭉 파고 하는 편이다.


이전에 살던 동네에 미용실이 있었는데, 사장님은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난 집중하면 주변 말소리 등이 잘 안 들리는 편이다. 그날도 아이들은 미용실 의자에 앉혀놓고 퀸이었나? 잡지를 읽고 있었다. 아이들은 미용실 의자에 앉고 얼마 안돼서 잠이 들었다. 한참 잡지를 읽다가 아직 안 끝났나? 싶어서 아이들 쪽을 보니까, 아이들이 머리에 파마를 하고 있었다.


"저, 머리 깎으러 왔는데요?"

"아이들이 귀여워서 내가 그냥 파마를 좀 했어."

"..."

"약값만 받을게."

사장님은 약값만 받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도 내 머리에 시키지도 않은 트리트먼트를 추가하신다던가? 하셨는데, 한번 다녀오면 동네 미용실이 아니라 이대 앞이나 명동에 있는 미용실 비용이 나왔다. 갔다 올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편이, "아니, 그럴 거면 거길 왜가?"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원래 내가 다니던 미용실 사장이 바뀌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건데, 나는 관성처럼 갔던 미용실을 갔었다. 정문 쪽 미용실이 아니라 후문 쪽 미용실로 다니면서 이런 고민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굳이 의리를 지킬 이유도 없었는데, 다녔던 미용실이라고 그냥 다녔다니. 미련 곰탱이 같다.


꾸준함에 장점도 있다.


일하면서 공부를 하느라,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그때 이후로 아침에 운동을 시작했다. 중도에 코로나로 인해 2년 정도 중단을 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30대 중반 이후 운동을 주말 제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일 했다.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는 셈이다.


꾸준함에 다른 말은 성실함이다. 뭐든 미리미리 준비하는 편이다. 마감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품지 않기 때문에, 버퍼는 늘 30% 이상을 두고 있다. 마감을 못 지킨 적이 거의 없다. 불안을 쉽게 느끼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불안도↑ + 성실성↑ → 데드라인 엄수

<출처 : Pixabay>
그냥 하지 마라


꾸준함은 좋은 자질이다. 10만 시간의 법칙에서 보듯이, 어떤 일에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묵묵히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생각 없는 꾸준함은 조심해야 한다.

나는 생각하기 귀찮아서, 다녔던 미용실에 갔다. 지난번에는 실수로 아이들 머리 파마를 하셨으니 다음에는 안 그러겠지? 아니다. 다른 미용실을 알아보기 귀찮은 마음에 자기 합리화를 한 거다. 아주머니는 내가 책을 보고 있는 사이에 자기가 이것저것 추가했다며 비용을 업하셨다. 그나마 내가 미용실을 자주 안 갔으니 망정이지. 도대체 내가 얼마나 호구로 보인건가 싶기도 하다.


송영길은 그의 저서 <그냥 하지 마라>에서 "근면은 생각이 배제된 성실함이고요. 앞으로의 시대는 생각 없는 근면이 아닌 궁리하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그냥 하지 말라 Don't Just Do It'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궁리하는 성실함, 내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한 줄 요약 : 꾸준하고 성실한 건 좋은 자질이지만, 기왕이면 궁리하는 성실함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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