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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Dec 03. 2022

자기소개서를 써보니,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학원에서 주관하는 자사고 면접 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강의를 하시는 분이 이 일을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습니다. 학생 한 명이 자소서를 쓰고 나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내 삶의 의미가 있고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행복해요."

그 학생은 이것저것 활동을 하긴 했지만 뚜렷한 방향성은 없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정리를 하면서  활동들을 실로 꿰는 경험을 했습니다. 글로 묶면 의미가 생깁니다.


이얼~너 은근 뭘 많이 했네?!


큰 아이가 동아리 활동으로 또래상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집에 떠억 하니 수료증도 갔다 놨지요. 아이와 자소서를 준비하면서 이걸 활용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 "네가 한 게 뭐가 있냐? 봉사도 코로나로 온라인으로 했잖아. 그거 쓰기도 그렇고."

(아이) "아니야. 나도 한 거 있어. 나 2년 동안 아이들 상담했어."

(나) "그럼 네가 누굴 어떻게 도와줬는지 말해 봐."

(아이) "여자 친구한테 차인 아이, 위로해줬어."

(나) "뭐라고 했는데?"

(아이) "너 같이 좋은 놈을 놓친 걸 후회할 거라고 말해줬지."

아이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이하 아이의 자기소개서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중2에서 중3까지 또래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약 20여 명의 친구들을 상담하였습니다. - 구체적인 사례를 썼으나, 개인적인 이야기라 상황, 과정은 생략합니다. - 또래 상담을 통해서 저는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상처를 극복하는데 작은 도움만으로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고에는 xyz라는 abc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 상담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고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통해 친구들 마음이 아플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출처 : Pixabay>
우리 아이가 이렇게 적극적이었나?


아이는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준비한 학교에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빡센 학교 보다, 여유 있고 분위기 좋은 학교에 가기를 바랐습니다. 고등학교 3년, 공부에 올인해도 좋을 시기이긴 합니다만, 아이는 중학교 2년을 코로나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학교에 가서 경쟁에 치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아이는 제 이야기를 곰곰이 들어보더니, 친구 어머니가 신청한 소규모 면담에 따라갔습니다. 가서 진로부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마음을 돌렸더라고요. 친구 어머니 말로는, 부장 선생님이 '친형'같이 이야기하셨다고 합니다. 엄마 말만 듣고 결정한 게 아니라, 직접 찾아와서 상담을 받고 가는 적극적인 자세를 좋게 보셨다고도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언제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명함을 하나 주셨는데, 그다음 날 아이가 친구 어머니에게 받은 명함을 자기한테도 달라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직접 물어볼 게 있다고 합니다. 제 아이가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경험을 매트릭스로 관리하세요.


전 설명회에 갔을 때, '그래. 이 학교다.' 싶었습니다. 여기는 1년에 아이들 개별 면담을 최소 5~6회를 한다고 합니다. 샘플로 보여준 매트릭스는 행에는 아이들이 했던 활동들, 열에는 아이들 이름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한 활동에 O로 체크표시를 해두었더라고요. 이 아이가 나중에 어떤 진로를 선택하면 좋을지, 아이들 활동을 기록하고 아이들과 면담을 통해 방향을 설정합니다. 선생님들은 조언자이자 조력자로 같이 애써줍니다.


인근 학원에서는 이곳은 정시에 크게 메리트가 없다. 여기 일반고가 낫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입결만 보면 대동소이합니다만, 저는 큰 아이 진로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막판에 입시 컨설팅을 맡기느니, 이렇게 관리해주는 곳을 찾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물론 일반고도 이렇게 관리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마다 노하우가 다르기도 하고요. 친구 어머니가 설명회를 다녀왔던 인근 일반고에서도 저 매트릭스 + 세부 특기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학교에 배정이 될 가능성을 놓고 따졌을 때, 좀 더 확률이 높은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거죠. 친구 어머니는 인근 일반고 설명회를 3군데 다녀오셨더라고요.


요 매트릭스 관리법은 이전에 삼* 인사부장님 강의에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당시 채용 프로세스를 개선하라는 말에, 강남에 있는 취업 전문 학원에 이 분 강의를 들으러 갔었는데요. 취업지원자 대상으로 하는 강의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토론면접,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습니다. 책으로 읽으면 맥락이 잘 안 보일 때가 있거든요. 경험자 설명이 최고입니다.


당시 이 분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매트릭스로 경험을 관리하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간 내가 대학 생활 동안 했던 일들을 한 줄에 하나씩 써 봅니다. 이 활동들이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봅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해당 직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를 조사해서 써보라는 팁도 주셨습니다. STAR 형태로 기술하라고 거듭 방부하셨죠. 잘 아시겠지만 Situation, Task, Action, Result입니다.


내가 무얼 했나? 싶지만, 찾아보세요. 구슬 같은 경험들이 멋진 자기소개서로 꿰이는 경험을 할 테니까요. 그 아이처럼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행복해요."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한 줄 요약 : 경험은 매트릭스로 관리하세요. 한 일이 없어 보이지만, 아직 꿰지 않아 가치를 모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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