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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Dec 02. 2022

내가 공부를 싫어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아.

우리 아이 사랑만 있으면 된다.

역사적인 날이다. 둘째 녀석이 수학학원을 다니기로 하고, 오늘이 첫 등원 일이었다. 학원 차 타기 한 시간 전,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공부하려니까 설레지? 연습장 잘 챙기고."

일부러 떨리지, 긴장되지 말고, 설렌다는 표현을 고른 엄마 마음을 알려나?


차 타기 30분 전, 카톡을 또 보낸다.

"잘 다녀오고"


아이가 차를 탔을 시간, 기특하게 아이에게 톡이 왔다.

"차 탔어."

"아이고. 고맙네. 엄마 걱정할까 봐 톡을 보낸 거야?"

무심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내가 걱정하는 게 느껴졌나 보다.


7시 무렵, 큰 아이 학원을 결제한다고 학원가로 나갔다. 아이에게 톡을 보냈다.

"엄마 학원 근처야. 연락 줘."

전에는 종종 학원가에서 만나서 같이 집으로 돌아왔었다. 학원 첫날이라, 아이 이야기도 들을 겸 같이 걸으려고 연락을 했다.

그 사이 아빠는 가족 단톡방에 순대곱창 시켰다고 집으로 오라고 한다.

살짝 기다릴까 하다가 어차피 학원 차가 있는데 뭐. 단톡방 메세지 보겠지 싶어서 그냥 집으로 왔다.


밥을 먹고 있는데 아이한테 연락이 왔다.

"엄마 어디냐?"

나는 톡을 못 봤다. 다행히 아빠가 아이가 보낸 단톡방 메시지를 읽고 엄마 집이라고 집으로 오라고 답장을 주었다.

아이는 추위에 두볼이 벌겋게 되어 들어왔다.

아이를 기다리면서, 남편에게 "보나 마나 자기 밖에서 추운데 걸어왔다고 한마디 하시겠어."라고 말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

"엄마, 나 차 타도되는데 엄마랑 같이 가는 줄 알고, 추운데 걸어왔잖아."라고 투덜거린다.

일부러 그러는 거 다 안다. 덜거리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순대곱창 덕분이다.


(나) "오늘 학원은 어땠어? 오랜만에 공부하니까 좋았지?"

이번에도 단어를 고르고 골라서 물어본다.

(아이) "내가 왜 공부를 그만뒀는지 알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빠) "야. 그만둬. 그럴 거면."

아~~ 아버지, 이제 마음 잡고 다시 시작한다고요. 제발요.

(나) "처음이라 그렇지. 그럼 공부는 안 하고 계속 놀려고?"

(아이) "그건 아니고."

아이는 순대곱창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다.


아이고. 학원 다시 가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유세냐... 싶다가, 다시 가주는 게 어디냐 싶어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제는 방황 그만하는 거지? 많이 놀았다.

<출처 : Pixabay>

1등’을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공부했다면 SAT·ACT 만점이나 전미 최고 고교생 선정의 영광은 나에게 돌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든 운동이든 제대로 된 마인드가 바탕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하우투How-to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확신과 믿음이 서지 않는다면, ‘어떻게’에 대한 답도 찾아내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많은 친구들이 이기기 힘들겠다 싶으면 실제로 붙어 보기도 전에 포기하거든. 내 말은 승부근성을 가지라는 얘기가 아니야. 모든 게임이 다 의미 있는 게임이 되어야 해. 그러려면 쉬운 상대든 어려운 상대든 최선을 다해야겠지. 최선을 다한 시합이어야 이기든 지든 의미 있는 게임이 되고 가치 있는 승부가 될 테니까. 내 기억에 네가 가장 잘했던 게임은 그 게임이었다. 그때 너는 분명히 네 한계를 뛰어넘었어. 훌륭한 시합이었다."

- <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20만 부 돌파 특별판), 이형진 (지은이)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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