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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Feb 14. 2022

[어쩌다 레트로] "라끄베르 하세요"

20대 화장 갬성


지금은 TV가 없지만 TV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광고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드라마나 쇼프로가 시작되기 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기다리며 광고는 언제 끝나나 싶다가도 광고야말로 그 시대의 트렌함의 끝판왕이었으니 보는 재미도 있었다.


요즘에도 화장품 광고를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추럴 화장이 대세가 되면서 색조화장품 광고는 딱히 하지 않는다. 대신 광고에서 맑고 투명한 피부와 자연스러운 전체 분위기를 강조한다.  내가 20대였던 한창 투명할 나이에 화려하고 진한 톤의 색조화장이 유행이었다. 쩌다 일본 화장법이 나오는 잡지를 보면 투명 내추럴 스타일이라 나라마다 좋아하는 화장법이 다르구나 싶었다.


(90년대 중고등시절을 보낸 나는 연예인들 스타일을 떠올려보면, 입술에 갈색이나 은빛을 바르고 약간 LA 미국 교포 같은 센스타일을 선호했던 것 같다. 지금과 다르지만 나름의 멋이 있었다. 특히 김혜수 언니나 이승연 언니의 스타일은 그 시대 트렌디함의 절정. 반면에 여리여리 강수지 언니 스타일도 있었다. 청순가련과 센 여인들 공존하던 시기인가.)


아무튼  세기말 대학생이 된 나도 그 물결에 힘입어 1학년 여름, 시원하게 눈두덩이에 라끄베르 파란색 아이쉐도우를 바르고 다녔다. 글쎄 지금 생각하면 무슨 파란색이냐 하겠지만 하늘색에 가까워서 꽤 시원해 보이고 청량감을 주었다.  펄도 살짝 들어가 있었다. 그때 김남주 언니를 필두로 '라끄베르'라는 화장품이 인기였고 나 역시 그 인기에 힘입어 구매했다. TV 광고만 틀면 "라끄베르 하세요" 하다 보니 나도 라끄베르 하게 되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푸른 패키지를 열면 흰색, 하늘색, 파란색 총 3-4개가 들어 있었다.


김남주 언니는 화장품 광고를 오래 할 정도로 대세였다. 역시나 '할 말 다하는 센 언니&도시 여자'로 인기였다. 아마도 한창 여권이 신장되던 시기라 유독 더 색깔 있는 여자에 대한 욕구가 컸던 게 아닐까 한다. 나는 색으로 치면 원색보다는 파스텔에 가까워서 쨍한 색감의 성격들이 부럽기도 했다. 빨강이나 파랑처럼 확실한 색감이 주는 강열함은 나에게 없다는 걸 깨닫고 아예  나대로 가자 싶었다. 그럼에도 눈두덩이는 유행하는 파란색으로 나름 바르고 다녔다. 그게 또 예뻐 보였니까.




더웠던 여름, 문득 그날의 코디가 생각이 난다.  동대문에서 샀던 마로 된 흰색 노카라 셔츠형 윗옷과 허리끈으로 묶 시원한 재질의 긴 검정치마를 입고 눈두덩이에 유행하는 색을 바르고 외출했. 화장이 '에러'인가 싶지만 옷 자체는 요즘 말하는 놈코어 스타일 비슷하다고 외쳐본다. 지금 입어도 나쁘지 않 시대불문, 튀지 않 무난한 옷을 입고 다녔다. 그래선지 20대에 입던 옷이 아직 몇 개 고 검정치마는 지금도 입는다.


다시 화장품으로 돌아와,

요즘에는 올리브영이나 기타 화상품샵이 어딜 가나 체인점으로 들어와 있고 전문적으로 잘 되어있다. 사실 이렇게 자리 잡은 것도 그리 오래 전은 아니지만, 90년대 2000년 초에 내가 화장이란 걸 시작할 당시는 화장품 샵이라면 동네에 한 두 개 혹은 전철역에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아줌마들이 가는 그런 푸근한 곳이랄까?(현재 아줌마인 내가 아줌마란 표현을 쓰니 과거의 나와 잠시 충돌중)


깔끔하고 정열된 지금의 화장품 코너와는 달리 상자 상자 쌓여 있기'엄마 분'가 날 것만 같은 그런 곳이었다. 지금처럼 시스템화가 되지 않고 로컬스러웠다. 그래도 없는 게 없어서 팩트 등이 떨어지면 가서 사곤 했다. 지금처럼 유럽 화장품 등은 팔지 않았다. 물론 시내에 나가면 화장품만 모아놓고 트렌디하게 파는 샵이 몇 군데 생기긴 했지만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요즘은 일찍부터 눈썹도 다듬고 화장도 하지만 우리 때는 대게 대학생이 되며 화장을 하게 되고 눈썹을 본격적으로 밀었다. 다듬는 게 아니고 진짜 미는 수준. 그때는 왜 그랬는지 본래의 눈썹을 살리기보다 꽤 많이 그리고 얇게 밀었다. 어쩌다 유튜브에서 드라마 '올인'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송혜교'의 눈썹을 떠올리면 비슷했다. 혜교님은 어떻게 그려놔도 예쁘지만 사람이 눈썹 하나로 분위기가 정말 달라진다. 40대인 지금의 내 눈썹이 훨씬 어리고 자연스러워 보이니 대학 1학년 때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참 풋풋한 시절이었다. 





+글을 쓰고 바로 찾아봤습니다!


 아이쉐도는 아마도 이것이었나 봅니다 ^^

맨 윗칸을 주로 발랐던 것 같....아요 ㅋㅋ


이건 좀 많이 한데 아마도 화장품을 팔고자하는

업체의 욕망이 과했던게 아닐까요^^;;


역시 언니는 갈색톤이 잘 어울려요!

이런 스타일은 김혜수, 이승연, 이본, 김남주언니들이 많이 보여준 노멀 화장이었어요.

분위기 있고 이뿌지 않나요?외쿡사람 느낌물씬.


피부관리편에 나오는 화장이 요즘 화장과 유사해요.

눈썹은 지금과 달리 산처럼 굴곡지게 그리는게 대세. 순하고 이뿌죠?





출처) '히비스커스'님 2000년대 화장품 브랜드 블로그 포스팅

https://m.blog.naver.com/charcoalchoco/222227037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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