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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Oct 27. 2021

내배는 내가 알아서 정리하겠다

관리하기는 귀찮지만 뱃살은 빼고 싶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 어떤 치료보다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예쁘게 화장하거나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중요하다지만 우리는 보이는 것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나는 몸짱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짱이다”라고 말하면 뭔가 멋있어 보이지만, 할 수 있다면 몸짱도 되어보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속마음이 아닐까. 둘 다 짱인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다.


  스스로의 몸에 만족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요즘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아이 둘을 낳고 나니 몸의 라인이 묘하게 달라졌다. 아이 둘을 번쩍 안고 집안 살림을 해서일까? 팔뚝이 전보다 푸근해져서 언제부턴가 여름에 민소매를 입지 않는다. 특히 겹치는 뱃살은 청바지를 입을 때 거슬렸다. 친구들은 “아기 낳은 아줌마가 그 정도면 괜찮다”라거나 우리 끼리니 늘 “예쁘다”를 외치지만 정작 스스로 괜찮지 않았다.

 

  처음 해보는 다사다난한 육아와 살림을 하고 아이 둘을 모유 수유하면서 내 몸을 관리하기는 벅찼다. 연예인이라면 개인 트레이너를 두고 관리하는 것이 일상이겠지만 나 같은 일반 주부는 일단 충분히 먹고 수유를 잘해서 아이를 건강히 키워내고 밥심으로 살림을 해야만 했다. 삼십 대는 내 몸도 내 스타일도 뒤죽박죽이었다.

 

  마흔이 되고 6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했다. 40이란 숫자는 나에게 큰 감흥은 없었지만 다만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은 사람, 정말 어른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점점 나를 알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마흔이 넘으니 갓난쟁이였던 아이들이 훌쩍 컸고 더는 임신과 출산 때문에 배가 나왔다고 핑계 댈 수 없었다. 첫째 나이가 올해 14살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십수 년이 지났으니 나는 내 몸에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줌마가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대답들은 나에게 와닿지 않았다. 첫째를 낳고 늘어버린 몸무게는 둘째를 낳고도 꼭 그만큼 남았다. 자연적으로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서 생활을 바꿔야겠다 생각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뱃살 관리를 시작했다. 하루에 먹는 탄수화물을 조절하고 귀찮더라도 아침에 닭가슴살을 삶아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더니 한 달 두 달이 지나니 달라졌다. 다시 나 자신을 찾는 기분이랄까. 새벽 기상을 하는 나는 올여름 새벽 걷기도 시작했다. 한 시간 반을 매일 걸으니 몸이 탄탄해졌고 정신도 더 맑아졌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뱃살이 정리되고 새벽 걷기로 체력도 좋아지니 나만의 몸짱에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때로 탄수화물을 계획보다 많이 먹으면 역시나 바로 배가 나온다. 그러면 다음 날은 조금 줄인다. 몸은 정직하다. 내가 먹은 대로 운동 한 대로 바로 보여준다.

 

  마음과 몸은 하나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없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화가 필요하면 식단관리와 운동을 시작하면 된다. 어느새 쌓였던 지방과 안녕할 날이 온다. “내 배는 내가 알아서 정리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글을 쓰며 커피와 달콤한 간식을 많이 먹은 오늘은 몸짱 관리와 멀어졌지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위해 늘 자각하고 산다는 데 의미를 두어본다.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나는 몸짱이요, 마음짱이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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