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채영 Feb 18. 2022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

스멀스멀


행복이 뭘까.


나이 마흔이 훌쩍 넘어서도 늘 연구하는 맘으로 산다. 이젠 좀 인생을 알아야 할 나이아닌가 싶은데 '아~이런 거지' 하며 조금은 알겠다가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들로 '아직도 잘 모르는구나' 깨닫는다.


을 위해 게으름을 피도 본다. 늦잠 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잠이 늘 부족했고 가족 중 가장 먼저 일어나 아이들 도시락을 싸느라 비자발적 새벽 기상을 했다. 30대는 지금보다 어렸지만 지금보다 분주했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얼마 안 되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점심을 주니 도시락 쌀 일이 줄어 홀가분해졌다. 어느새 훌쩍 자라 자기 할 일 잘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다.


일상에 특별한 문제가 없고 딱히 안 좋을 게 없 , 그 순간 불안이 스멀스멀 연기처럼 올라온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좀 더 붐업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편안해지면 안주하게 될까 또 다른 목표를 찾게 된다.


분명 올해 목표가 느슨해지기였는데 자기 계발 강의를 듣고 나도 르게 프로젝트에 참여게 되었다.  만다라트를 9개나 빽빽이 적어냈다. 하고 싶은 게 참 많구나. '정말 느슨하게 살고 싶은 거 맞니?' 나에게 묻는다.  이렇게 나를 점검가족들도 살펴보고 이런저런 것들을 또 움직여본다. 느슨하고자 하면 너무 느슨할까, 너무 조이면 너무 빡빡할까 염려된다. 풀었다 조였다 무한반복다.






게으르지만 의미 없는 삶은 싫어 무언가 하지만, 얼마만큼 해야 행복에 이르는지 측정해본다.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니 정답이 없는 인생처럼 정답이 없다. 어린 시절 학교 공부 정답과 오답이 간결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정답과 오답이 확하게 정해지는 일이 드물다. 답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그마저 의미없다. 정답이며 오답이고 오답이며 정답인 일들이 늘어간다. 수많은 가능성 '그래,  수 있어'로 채워져 가니까.


먹고 싶은 음식 먹고 싶을 때 먹고, 가족들과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할 때 그 순간 행복다. 쩌면 원초적 욕구가 가장 쉽고 가장 편하고 가장 빠르게 행복에 도달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쉽다.


이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다.

"여행 가서 저녁에 할 일 다 끝내고 샤워한 다음, 아이스크림 먹으며 유튜브 보기! 이게 가장 행복해"

숙제나 해야 할 것이 없이 홀가분하게 누워 멍 때 리거나 생각 없이 놀기 누구에게나 행복한 순간이다. 어쩌면 그만큼 무언가를 해냈기에 오는 안도감이 아닐까. 


느슨했다 조였다를 반복하면서 내가 진짜 행복감을 가득 느끼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산다면 좋겠다. 행복은 각자의 것이니까, 일단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각 욕구단계별로 몇 개씩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제 5학년 올라가는 막내가 1학년 때 하던 끝말잇기를 남겨본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귀여운 말들 들으니 별거 아니지만 행복해다.

"흥치뿡뿡이빨대나무김치약속치마술래잡기차 도시락스파게티라노사우르스가나타났다람쥐구멍 들었어구르트주세요"





봄방학 맞은 아이들과 보드게임 한 판. 내가 꼴등. "엄마 벌써 규칙 다 까먹었어?" "응" ㅎㅎㅎ



작가의 이전글 보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