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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Oct 21. 2022

명동역

출근, 살아내기, 변치 않는 아름다움


수업하는 학교가 명동역에 있어
일주일에 두 번 아침엔 명동역으로 간다. 3호선을 타고 가다 충무로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는데 늘 그 시간 지하철 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정말이지 밀물처럼 쏟아지듯 움직인다.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스친다. 살아간다는 건 뭘까. 사람들을 지나치며 일주일 두 번, 나만의 출근길은 느슨했던 나를 조금 짱짱하게 만들어준다. 나도 살아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니까.


명동역에 내리면 요즘 들어 부쩍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침부터 모여서 깃발을 들고 혹은 통솔자를 따라 움직이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보인다. 지하도에는 갖가지 매장이 있는데 옷가게부터 양말 등 액세서리 가게, 한류 물결을 타고 연예인 기념품을 파는 가게 등 보는 재미가 있다. 아침이라 문을 닫은 가게지만 늘 쳐다보며 걷게 되는데 그날따라 눈에 띈 오드리 헵번의 사진. 클래식한 고전적 아름다움은 아직도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별한 포즈도 아니지만 얼굴에 손을 대고 레트로 한 살짝 물결무늬 앞머리며 예쁘고 깊은 눈과 오한 코, 빨간 옷에 빨간 입술. 유행이 거듭돼도 본래의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나 보다. 머리스타일과 전체 모습에서 예전에 커트머리를 했던 친구 H가 떠올라 사진과 함께 "너 닮았네"라고 톡을 보냈다. "어머멍ㅋㅋㅋ OO는 너무나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 고 했다. 이제부터 자신을 '햇반'이라 불러달라고도 했다. 진짜 닮았는데... 아마도 친구는 그날 아침 기분 좋게 출근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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