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채영 Mar 07. 2024

생각의 층

설명이 필요 없는 사이



1.

생각은 여러 층을 가지고 있다. 색의 빛깔이 미묘하게 다르 듯 파동처럼 전해지는 생각은 어떤 상대인지에 따라 다르게 닿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하게, 어떤 사람에게는 진하게, 어떤 사람에게는 여러 겹의 섬세하고 내밀한 면면이 소통된다. 특별한 설명이 없이도 통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귀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사이다. 취향과 성격에 따라 혹은 알아온 시간에 따라 그런 사이가 된다.


대체로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체로 그렇다. 오히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내 마음속 깊은 공간을 내어주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게도 된다. 그런 사람은 마치 산소 같다. 종일 이야기를 해도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간의 공명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편안하고 조화로운 관계다.


반면에 어떤 것 하나도 일일이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취향이나 관심사 또는 성격이 아주 다르거나 애초에 어떤 이야기든 다소 설명이 필요한 성격유형도 존재한다. 결국 나와는 좀 다른 사람, 맞지 않는 사람이다. 물론 관계나 사람은 상대적이니 그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겐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사람과 함께하면 이야기는 겉을 돌고 내밀한 속이야기를 어쩌다  꺼내놓는다 해도 공허한 메아리 같은 울림만 있을 뿐이다. 산소가 부족한 기분이 든다. 조금만 대화를 해도 혹은 대화를 하고 나면 기가 소진되는 느낌이다. 서로 간 파장이 조화롭지 않아서다.






2.

커피숍 조명 때문인지 테이블에 손을 올려 글씨를 쓰려는데 그림자가 겹겹이 비친다. 마치 채도 교본처럼. 일상의 미학은 가까이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그림 같은 그림자가 참  예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작가의 이전글 pm 6:4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