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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Apr 16. 2024

Love wins all

보컬레슨 5년 차




2019년 여름부터 보컬레슨을 시작했어요. 대충 2년 정도 배우면 금방 목청이 트이고 '가수처럼 노래가 좀 되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했죠. 올해로 벌써 5년 차가 되어가요. 아직도 득음의 길을 향해 가고 있어요. 생각해 보니 제가 뭐라고 전공자분들도 그렇게 노력하고 힘든 걸 고작 몇 년 만에 해보겠다 했는지 부끄럽네요.


그간 실력이 엄청나게 늘진 않았지만 매주 조금씩 성장을 했어요.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소리를 향해 걸어갑니다. 진성과 가성 그 어딘가의 소리를 향해서 말이죠. 문을 열면 또 문이 나오고 또 나오는, 소리라는 매트릭스 세계에 던져진 듯해요. 소리를 낸다는 것은 마치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매주 피드백을 받으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걸음마를 배우는 기분으로 한 발씩 내딛고 있어요.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것과도 비슷하죠. 어쨌든 저는 종국에는 노래 잘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왜 그리 오래 배우냐 묻는다면 배우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난 정말 안되나 봐' 하는 좌절의 순간도 있지만 노래 부르는 게 그냥 좋아요. 전 노래를 사랑하나 봅니다. 내 몸이 악기처럼 소리가 나오는 것도 신기하고 그동안 궁금했던 보컬에 대한 질문을 마음껏 할 수 있단 것도 너무나 좋죠.


또 때때로 지친 일상에 노래는 저에게 늘 조용하고 나직하게 위로를 건네줍니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죠. 노래를 부를 땐 시공간을 초월한 기분도 들고 제 나이, 이름, 역할 등 모든 게 사라지고 그저 저만 남거든요.  마흔에 큰 용기를 내 시작한 레슨으로 매주 물 한 방울 씩을 모아가며 언젠가 득음할 날을 꿈꿔봅니다.






노래를 배우며 전보다 더 가사에 몰입하게 되었어요. 저도 글을 쓰다 보니 가사를 보며 그 표현력에 놀라요. 좋은 곡은 누가 썼는지 꼭 찾아보게 되고 '와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하며 예술적 감성에 빠져듭니다. 요즘 연습곡이 아이유의 'Love wins all'인데 찾아보니 아이유 님이 작사를 했네요. 역시나 특유의 감성과 표현들에 감탄을 합니다.



"나의 이 가난한 상상력으론 떠올릴 수 없는 곳으로"
"어떤 실수로 이토록 우리는 함께 일까"
"결국 그럼에도 어째서 우리는 서로 일까"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
"산산이 나를 더 망쳐"
"너와 슬퍼지고 싶어"
"필연에게서 도망쳐"
"일부러 나란히 길 잃은 우리 두 사람"



아이유는 대체 어떤 사랑을 했을까, 아니면 어떤 영화나 책을 보고 가사를 썼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혼자 상상도 해봐요. 시적인 표현과 은유에 빠져들듯 노래를 들어봅니다.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고요.


사랑은 우리에게 기쁨을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나누고 싶어 하죠. 그런데 가사처럼 함께 슬퍼지고 싶다니. 슬픔을 함께 한다는 건 기쁨을 나누는 사랑보다 더 절절하고 애달프게 다가옵니다. 기쁨이 아닌 고통 속에서 함께 하겠다는 건 상대방을 정말 사랑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감정이니까요.  폭풍우 속에서 함께 비를 맞는 것, 흐르는 눈물은 멈출 수 없지만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가짐이 아닐까. 그러다 날이 개고 무지개가 뜨면 맑은 날을 몇 십배로 더 감사히 즐길 수 있겠죠. 두 손을 마주 잡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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