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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Apr 25. 2024

수선집 할아버지

나만의 일터에서 반짝이는 사람




   아파트 상가에는 다양한 가게가 있다. 지하 1층에는 내가 주로 가는 마트부터 세탁소, 반찬가게 등이 있고 1층에는 빵집과 부동산, 2층부터는 다양한 학원과 병원 등이 있다.


아이 명찰을 교복에 달아야 해서 수선집에 갔다. 체인 세탁소를 들어가면 같은 공간 왼쪽에 수선집이 자리하고 있다. 인상이 푸근한 할머니가 돈계산을 해주시고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가 수선을 해주신다. 바지를 줄이거나 명찰을 달러 갈 때마다 혹은 세탁소에 갈 때마다 수선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도 어느새 눈이 침침해지는데 할아버지는 안경을 쓰시고 드르륵 전동미싱을 돌리며 금세 수선해 주신다.


큰아이가 신발주머니를 어떻게 들고 다녔는지 손잡이가 다 떨어져서 수선집에 갔더니 간단한 거라고 그냥 해주시기도 했다.





벽에는 갖가지 실들이 결려 있는데 오늘따라 그 모습이 예뻐서,

"사장님, 여기 사진 찍어도 돼요?"

하니까


여긴 더 많다며 갑자기 곳곳을 보여주신다 :)

빨간색도 이렇게나 다양하게 있다며 우리 집처럼 실이 많은 집 없을 거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미소를 살짝 지은채 자랑을 하신다. 바랜 과일박스에 알뜰살뜰 담긴 색색의 실들을 보는데 마음이 따스해진다.


"사장님은 이 일을 얼마나 하셨어요?"

"이삼십 년 했지.."


세탁소에 갈 때마다 늘 뭔가 열심히 수선하시는 모습을 보면 참 멋지다. 근처 학교를 다 아시니 명찰 위치도 알아서 척척 달아주신다. 그야말로 프로. 지난번에 혹시나 해서 아이가 알려준 대로 "체육복 명찰 위치는 여기고 교복은  여기에 달아주세요"라고 설명을 해드렸더니, 다 안다고 그냥 명찰이나 여기 두라고...는 살짝 머쓱해지면서도 속으로 엄지척을 했다.


자기 일터에서 빛나는 사람만큼 멋진 사람이 있을까! 나도 할머니가 돼서도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며 또렷한 정신과 성실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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