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란 돌담길 같은 사람이 아닐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며 우직하게 서있는 돌담. 나무가 드리워진 모습이 멋스러웠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저 찍어주세요~"하고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본다. 좋아하는 분들이고 더구나 사진을 잘 찍으시기에 쑥스럽지만 넙죽 부탁을 해본다.
누구에게 "이거 해주세요~"를 잘 못한다. 어릴 적에도 부모님께 "이거 해주세요 이거 갖고 싶어요"를 잘 안 하는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누구에게 뭘 해달라고 하는 게 익숙하질 않다. 내가 해주는 편이 맘이 편하달까.
그럼에도 가끔 이거 저거 해달라 한다면, 상대방이 정말 편한 사람이란 거다. 내가 믿는 사람이란 거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신뢰'이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시간을 입은 채 든든하고 멋스러운 돌담 같은 사람도. 삶의 힘든 순간마다 문득 생각이 나는 사람, 때로 가만히 기대고 싶은 사람, 또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말이다. 나도 그런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좋은 분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 살아온 이야기와 삶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참 좋다. 감사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