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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Jun 02. 2024

나만의 상처 처방전

상처받지 않겠다는 다짐

   


     가끔 명치가 쑤실 때가 있다. 그 부분이 명치란 사실도 얼마 전에 알았다. 친구에게 가슴밑 중앙이 스트레스받으면 쓰리거나 갑갑하다 하니 그게 화병이라고 했다. 부위는 명치라고.


'아,  화병이구나.'


누구에게나 삶의 숙제가 있다. 당장 풀 수 없고 쉽게 드러내기 힘든 문제들. 엉켜있고 뭉쳐있는 감정과 풀지 못한 숙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올 때면 명치가 뭉치고 답답해진다. 나도 모르게 풀어내려 그 부위에  가져다 댄다. 자세히 만반에 드러내는 게 아직은 조심스럽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할 순 없으니 그저 "풀어내지 못한 숙제"라고 지칭하겠다.


이런 문제는 당장 어찌할 수 없발생이 되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멀찍이 두는 편이다. 마음의 상태를 인정은 하되 감정이 올라오면 흘려보냈다. 관련 책을 읽고 마음수련을 하며 많이 흘려보내고 나아졌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문제를 직면하면 명치가 쑤신다.






   이때 나만의 처방전이 있다. 아프면 약을 먹듯 난 책을 읽는. 책이 나의 정신적 명약인 셈이다. 명치가 쑤시면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읽는데, 아주 실용적 처방전이 된다.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기분이 든다. 더는 생채기기 나지 않게. 그리고 새살이 돋게.


   책을 읽을 때 중요구절을 주황색 색연필로 밑줄을 긋는데, 다시 읽을 때 그 부분만 몇 번이고 읽는다. 명치가 아프다 싶을 때 나는 "상처받지 않는 영혼"을 집어 들고 주황색으로 밑줄 그은 부분을 계속쭉 읽어간다. 마치 명상하듯.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어느새 명치가 풀린다. 나도 모르게 서서히. 마이클 싱어 할아버지는 마치 내 옆에서 "이렇게 해보렴" 하고 다정하고 나긋나긋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감사 마음이 든다.





 


    구절을 읽으며 나의 생각들을 적어보면 이렇다.


"누군가가 당신의 가슴을 당기는 것처럼 그 끌어당기는 힘을 느낄 때, 그저 놓아 보내고 당신은 뒤에 떨어져 남으면 된다. 그냥 힘을 빼고 놓아버려라. 아무리 자꾸만 잡아당기더라도 다시금, 다시금 힘을 빼고 놓아 버리면 된다."


-> 놓아버리려 해도 감정에 동요되고 감정에 딱 붙어서 잘 놓아지지 않는다. 글을 읽으며 다시 감정을 놓아본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당신이 마음의 소리가 아님을, 당신은 그것을 듣는 자임을 깨닫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 '나는 마음이 아닌 바라보고 듣는 자이다'라고 계속 되뇌어본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나를 지켜보는 나에 집중을 하면 명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가슴을 닫음으로써, 마음을 닫음으로써, 그리고 내면의 비좁은 공간 속으로 자신을 끌어들임으로써 그것을 막아 버린다. 이것이 당신을 모든 에너지로부터 차단한다. 가슴을, 마음을 닫을 때 당신은 내면의 어둠 속으로 숨어든다."


-> 명치가 아프다는 것은 가슴이 닫아졌다는 표현과 일치했다. 막아버리고 감정을 잡 뭉쳐버려 막힌 느낌이 든다. 쓰리기도 하다.



"이것이 '막힌다'는 말의 뜻이다. 우리가 좌절했을 때 기운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에너지가 흐르는 통로가 되어주는 중추들이 있다. 그것을 닫으면 에너지가 없어진다. 그것을 열면 에너지가 생긴다. 우리 안에는 다양한 에너지 중추들이 있지만 그 닫힘과 열림을 우리가 직관적으로 가장 잘 느끼는 것은 가슴의 중추이다. 당신이 누군가 사랑한다고 하자. 그 앞에서는 자신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느낀다. 그를 신뢰하기 때문에 벽이 사라지고, 그것이 큰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 명치가 막히면 음식을 먹다가 체하기도 했다. 특히나 떡은 금물. 에너지가 흐르지 못하고 가슴에서 막혀서 그런 것이겠지. 기운도 없고 답답하다. 에너지가 흐르지못하고 없어져버리니끼. 신뢰와 사랑을 회복해야만 한다.



"가슴은 에너지 중추로서,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요가 수행자들은 이 에너지 중추를 차크라(Chakra)라고 부른다."


->요가에서는 가슴 부분을 차크라라고 부르고 가슴은 사랑을 받아들이는 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 내 안에 사랑이 없어지면 가슴이 막히고 답답해진다.



"당신이 저항하면 에너지는 뭉쳐져서 가슴속의 깊은 창고에 쑤셔 넣어진다. 인도철학 전통에서는 이 정리되지 못한 에너지 패턴을 삼스카라(Samskara)라고 부른다. 이것은 샨스크리트어로 '인상', 혹은 '각인'이란 뜻이다. 요가는 이것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힘이라고 가르친다. 샴스카라는 하나의 걸림, 하나의 막힘이다. 과거로부터 생겨난 하나의 각인이다. 그것은 정리되지 못하고 고정된 에너지 패턴으로 결국은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나선다."


-> 내가 가진 샴스카라는 오랜 시간을 묵혀진 감정들이다. 그래서 자꾸 덜컥하고 걸린다. 많이 흘려보냈다고 생각했지만 팠던 과거의 감정에 아직도 집착하고 있나 보다. 각인을 지워내고 또 지워내면 언젠가는 흐릿해지고 사라져버리겠지. 명치가 뭉치는 일이 다시는 없어길. 어떤 기억이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당신의 마음이
조금은 평안해지길,
가슴이 아픈 일이 없기를,
아프더라도 곧 사라지기를.





*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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