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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과거의 해방

by 엄채영


용서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의 해방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상처를 가진채 억울함을 쥐고 있는 한
그 감정은 나를 과거에 묶어둔다.


“저 사람은 틀렸다.”
“나는 상처받았다.”


이 두 문장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힘을 작용한다.


에너지는 흐르지 못하고,
나는 여전히 그 사건의 진동 속에 머문다.



용서는 과거가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일.”


용서하지 않는다는 건
기억하고 싶은 않은 그 순간에 나를 가두는 일이다.

상대는 이미 사라졌고
나만 여전히 그 그림자를 붙잡고 있다.


결국 용서는 놓아버림이다.
미움을 놓아야,
에너지가 나에게로 돌아온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의 진동을 되찾는 일이다.


놓는다는 건 쥐는 것보다 몇 배로 어렵다.

인간은 누구나 쥐고 싶어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하지만 무엇이든 놓아버리는 순간,

마음이 가벼워지고
세상은 다시 부드럽게 흐른다.


용서란 결국,

놓아버림의 미학.
나 자신을 자유롭게 만드는 기술이 아닐까.


오늘도 나를 그리고 누군가를 용서하며

자유에 한 발자국 다가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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