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를 받자마자 의사선생님께서는
시술을 권했다.
그때부터 우리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정자의 건강을 위해
통풍이 잘되는 면 속옷으로 바꾸고,
매일 아침 토마토주스를 마셨다.
아르기닌을 챙겨 먹으며 운동도 시작했다.
정자 건강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시도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의 날들이 이어졌다.
병원 복도를 오가는 발걸음이 익숙해질 무렵,
나는 깨달았다.
아무리 현대 의학이 발전했다 해도,
나의 정자들이 힘을 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아이를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매번 실패라는 두 글자와 마주했다.
간혹 수정에 성공하더라도
배아는 건강하게 자라주지 않았다.
이식조차 어려웠다.
의사의 목소리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원인은 분명 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통받는 건 주희였다.
주희의 배에는 날이 갈수록
주사 자국이 늘어갔다.
푸른 멍이 피어나고 지기를 반복했다.
어느 날 밤, 주희가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볼에 눈물 자국이 말라있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 아직 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은
주희에게 말했다.
"우리 이제 그만할까?"
주희는 졸린 눈을 비비며 놀라서 일어났다.
"무슨소리야?!"
"아기는 뭐 찾아오고 싶으면 찾아오겠지.
우리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게 살고있잖아~"
주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오빠 그래도 여력이 될 때 몇 번 더해보자.
난 괜찮아."
주희의 말을 들으니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나 잠깐 운동좀 하고 올게"
눈물을 들키기 싫어서 트레이닝복으로
대충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정처없이 걷다보니 생소한곳에 와있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눈에띄는 간판하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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