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우리는
신혼의 달콤함을 더 오래 머금고 싶었다.
그렇게 1년, 남들 다 하는 대로 여행을 다니고 맛집을 찾으며 충만한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기적은 너무나 쉽게 찾아왔다.
시도 첫 달 만에 마주한 선명한 두 줄.
처음이라는 태명도 지어보았다.
처음이 엄마, 처음이 아빠라
서로 부르며 장난치는 설레던 시간도 잠시
신은 선물을 주다 만 것일까.
처음이는 '화학적 유산'이라는
인간미 없는 차가운 진단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났다.
한 번에 성공했던 기억 때문이었을까. 상실감보다는 오기가 앞섰다.
"금방 다시 생길 거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버틴 시간이
어느덧 2년이 흘러버렸다.
어느 날 저녁, 식탁 앞에 앉은 주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오빠, 우리 병원 한번 가보는 게 어때?
우리... 난임일지도 몰라."
화들짝 놀라 숟가락을 멈췄다.
"난임이라니, 무슨 소리야?
우리 첫 달에도 바로 성공했던 거 잊었어?
우린 아무 문제없어."
주희는 내 눈을 피하며 나지막이 덧붙였다.
"이유 없이 1년 이상 임신이 안 되면, 그걸 난임이라고 한대..."
나는 속으로 여전히 '그럴 리 없다'라고 외쳤지만, 떨구어진 주희의 고개를 보니 더는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검사가 뭐 대수라고. 주희의 불안을 씻어주는 값 치고는 싸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난임'이라는 낯선 단어가 간판에 적힌 전문 병원의 문을 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