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타임 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시간 여행 베타테스터'다.
나의 임무는 단순했다.
2066년 현재 시점에서
2026년으로의 시간여행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데이터를 수집해서 조용히 복귀하는 것.
2026년으로 시간여행을 한 지금
우연인지 운명인지
혼자 외계어를 떠들어대는
마흔 살의 나를 보게 되었다.
'저놈이 자라면 결국 지금의 나처럼 살겠지.'
저놈만큼은, 어떻게든 나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 나이 때 이런 기술이 있었다면...
젊은 날의 나에게로 가서 건강한 정자를 구해올 수만 있었다면,
주희도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이 거기 미치자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저 녀석을 과거로 보내서 할 수 있는 일 아냐?'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동 장치는 나를 미래로 끌어올려야 할 장치였지만,
설정만 바꿔준다면
내가 아닌 다른 대상도
시간 여행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이건 명백한 목적 외 사용이자,
중대한 규정 위반이었다.
'어차피 돌아가 봤자 주희도 없는데, 좀 늦게 간다고 큰일 나겠어?'
나중에 연구소 놈들이
이 비싼 장비와
숙련된 테스터가 아까워서라도
나를 데리러 오겠지.
설령 시공간 어딘가에 처박히더라도 상관없었다. 인생을 살만큼 산 지금은 과거의 나를
나와 같은 인생으로 살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소리 없이 다가가 40대의 나의 뒷덜미를 정확히 가격했다.
놈은 비명도 없이 철퍼덕 쓰러졌다.
"미안하다. 근데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
눈을 떴을 때 놈이 겪을 당혹감을 줄여줘야 했다. 녀석의 주머니를 뒤져보니
낡은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나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지폐 한구석에 간결하고도 명확한 메모를 남겼다.
[과거의 너에게 가서 건강한 정자를 구해올 것. 복귀 시 반드시 이 버튼을 누를 것.]
"가장 활기찼던 시절, 스무 살이 좋겠어."
나는 시간이동장치의 좌표를 2006년으로 세팅하고, 메모가 적힌 지폐와 시간이동 장치를 녀석의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어주었다.
준비는 끝났다.
시간이동장치의 버튼을 누르자
눈부신 광원과 함께 과거의 내가 사라져 버렸다.
2006년으로...
"잘 간 거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