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꿈이 아니라고?'
방금 전 편의점 알바생에게 장난감 돈이라며 문전박대당했던 만 원권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지폐 한구석, 조잡하게 휘갈겨진 이상한 메모.
[과거의 너에게 가서 건강한 정자를 구해올 것. 복귀 시 반드시 이 버튼을 누를 것.]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내 필체와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았다.
'버튼은 또 뭔 소리야?'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스마트폰보다 훨씬 작은
낯선 기계 장치가 손에 잡혔다.
이 상황은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았다.
'정자를 구하긴 어떻게 구하라는 거야...'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내 온몸을 지배했다.
'그래, 뭐가 뭔지는 몰라도 이 버튼만 누르면 다시 2026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지?'
'물 한 병도 못 사 먹는 이 거지 같은 2006년 따위, 당장 떠나버리자.'
복귀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며 고개를 숙인 채 한 발자국 내디딘 순간이었다.
턱-!
정면에서 누군가와 어깨가 세게 부딪혔다.
"아, 씨...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니지."
낮게 깔린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내 앞에 나와 똑같은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청년이 서 있었다.
내가 입은 건 20년의 세월이 묻어 무릎이 툭 튀어나오고 구멍까지 난 넝마 같은 옷이었지만, 녀석의 것은 방금 포장지에서 꺼낸 듯 빳빳하고 광택이 돌았다.
천천히 시선을 올려 녀석의 얼굴을 확인했다.
탱탱한 피부,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삶의 찌든 기색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저 생생하고 오만한 눈빛.
"씨발, 나잖아?!"
경악 섞인 욕설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자, 녀석이 흠칫 놀라며 인상을 확 찌푸렸다.
"뭐야, 아저씨. 나 알아요?"
젊은 내가 나를 미친 사람 보듯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따지듯 물었다.
"아... 미안합니다. 그쪽한테 그런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급하게 사과를 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뒤돌아 걸어가는 과거의 나를 다시 보았다.
'이건... 기회인가?'
나는 기계 장치를 다시 주머니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