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까탈스런 데쥬네, 크로와상

by J kaya Lee



아침식사로 나온 빵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따뜻하게 구워서 식탁 끝자락에 구비된 일회용 버터라도 발라 먹으려 했으나,

그녀의 앙다문 입술이 너무나 완고해 기분을 잡쳐버린다.

그녀 역시 화가 나 있다.

진한 블랙커피 한 잔에 향신료가 첨가되지 않은 무설탕 통곡물빵을 즐기는

건조한 입맛을 지닌 그녀에게 오늘 아침의 이 ‘윤기 줄줄 흐르는’ 무성의한 호텔 ‘브렉퍼스트’는

지극히 잔인한 촌극임에 틀림없다.


찌그러진 토스터기는 작동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버터인 줄 알았던- 오밀조밀한

플라스틱 용기는 그나마도 경박하기 짝이 없는 마가린이다.

- 호텔에서, 마가린이라니!!! 말도 안 돼!!!

그녀는 분노한다.

나는 서둘러 그녀의 손을 붙들고 바깥으로 나가, 헐벗은 공기를 뚫고 골목으로 접어든다.

눈을 감고 온 정신을 집중한 채, 한 가닥 바람에 실려오는

갓 구운 빵의 냄새를 탐닉한다.

오전, 아니 아직은 새벽, 아직은 어두운 거리,

파리. 사월의 아침.





























그녀는 가까스로 숨을 고르고,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이른 아침 문을 연 파리 대부분의 브라세리는 늘 동일한 메뉴.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제대로 격식을 갖춰 작은 원형 탁자로 날라져 온 푸짐한 ‘데쥬레’는

그녀의 가열찬 분노를 가까스로 누그러뜨린다…

유리컵에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힌 신선한 오렌지 주스 한 잔, 작은 종지에 담긴

산양유 무염버터, 해바라기씨와 양귀비씨가 아드득, 씹히는 동그란 롤빵,

깨알같이 작은 씨앗이 서걱대는 산딸기잼과 황금색 살구 - 애프리콧 - 잼,

무게감 있는 뽀얀 거품을 들쳐 업은, 카푸치노와, 곁들여진 각설탕 두 개. 흑설탕이다.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뒤늦게 제법 젊은 갸르송이 바구니에 담아와 건네준 따스한 크로와상에

그녀의 분노는 눈 사그라지듯 녹는 듯 - 했지만 애써 그런 티를 감추려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 하다. 크로와상의 결이 나비 날개만큼이나 얇고 버석해,

그녀는 지극히, 지극히 만족스럽다.

작은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이,

오늘 아침 때이른, 나만의 작은 수확이 되었다.



네가 그렇게 기뻐할 수만 있다면, 나도 참 좋아.

그게 뭐든지 간에...



작가의 이전글Prologu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