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상처로부터
나를 복구하기
헤어진 후 많은 사람들이 일에 몰두합니다. 보란 듯이 더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복수하고 싶기도 하고, 이별에서 느낀 패배감을 만회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에서의 성공은 연애에서 채우는 것과 다른 욕구입니다. 비유하자면 비타민이 필요한데 칼슘 과다 섭취를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이별 후의 원동력으로 무언가를 성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별의 상처 별개의 이야기라서 성취로 보상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을 뿐이죠. 성공하고 난 후에 밀려드는 부질없음, 공허감에서 알 수 있듯, 성공과 성취는 이별을 치료해주지는 못합니다.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이 닿는 순간
상처가 치유되는 몇몇 순간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괜찮아졌다'라고 마음이 해소되는 순간은 바로 상대방의 아픔이 진심으로 이해될 때입니다.
내 상처를 중심으로 바라볼 때 상대방은 가해자였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상처를 중심으로 이해해 보면 내가 가해자가 됩니다. 그렇게 내 상처를 치유한 뒤에 상대방의 상처까지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나에게 상처를 주려던 게 아니었구나. 그저 상대방도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이구나.'
'마음의 상처'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겼습니다. 내가 아픈 곳과 상대방이 아픈 곳은 다릅니다. '내가 아프지 않은 방식'의 사랑 표현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상처를 쿡쿡 건드릴 수 있습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주인공 유미는 웅이를 만날 때나 바비를 만날 때, 솔직하게 모든 걸 나누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순간에 결정적으로 상처 입고 헤어짐을 결심합니다. 반면 웅이는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큰 마음의 상처입니다. 그 모습까지 사랑해 줄 수 있다는 건 유미의 생각이고, 웅이는 그 모습을 꺼내 보일 준비가 아직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미가 도움을 주려고 다가올수록 웅이는 상처를 드러내는 위기에 처합니다. 유미는 웅이의 태도에 상처 입었지만, 웅이도 역시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던 노력을 했던 것입니다. 유미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애쓴 것이 아니었죠.
유미에겐 "멀어지게 될지도 모를 비밀이 생기는 것"이 없는 친밀한 사이가 가장 중요하다면, 웅이에게는 "책임감 있게 든든하게 상대방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서로 각자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던 것이죠.
마음의 상처에 필요한 공감과 사랑
이번 이별의 상처가 유독 괴롭다면, 분명 당신의 삶을 관통하는 상처가 건드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타인의 사랑이 아니라, 내 상처에 내가 사랑을 쏟아주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공감해 주고, 그럴 수 있겠다고, 주관적으로 이해해 주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객관적 옳고 그름 말고, 내가 상처받은 내 삶의 맥락을 살펴봐 주세요. 다른 사람에겐 별 거 아니어도, 나에겐 상처가 되는 나만의 이유를 공감해 주는 것이 바로 깊은 공감입니다.
It's not about you.
내 상처를 충분히 보살피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이 문장을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나에게 상처 주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상대방이 나를 괴롭힌 것도 아니었고, 나에게 특별히 억울하고 대단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는 걸 말이죠.
내가 피해자인 줄 알았는데, 나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상처의 프레임을 벗기고 나니 상대방도 스스로의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꽁꽁 싸매고 애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다 그냥 쉽게 잘 사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시다면, 아직 내 상처를 돌볼 때입니다. 내 상처를 공감과 사랑으로 돌보고 난 후에야 비로소 타인의 상처를 볼 여유가 생깁니다. 그리고 타인의 상처를 보고 나면, 그 어떤 비난도, 공격도, 차가운 태도도,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음을, 각자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는 분투였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의 상처와 타인의 상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공격적인 모습이 나를 향한 게 아닌, 스스로의 보호임을 깨닫는다면, 더 이상 어떤 이별에도 쉽게 상처 입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