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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Jul 09. 2022

사람을 바꿀 수는 없지만, 최악은 면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 타인

상담소에는 '엄마처럼 살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여성분들이 자주 있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우리는 엄마가 너무 참고 사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에, 저렇게 살지 않기 위해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력은 용기 내어 내 이야기를 하는 능력과는 무관합니다.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요.


부모님의 삶을 보며 결혼을 하는 순간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이 내 삶에 들어온다는 두려움을 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 내는 사람, 몰래 일을 벌이는 사람, 갑자기 떠나가는 사람... 그 안에 어떤 최악의 경우들이 나타날지 예측불가한 영역들을 상상하며 불안해 합니다. 혹시 가스라이팅으로 연결되지는 않을까, 뒤에서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건 아닐까, 힘든 순간에 걷잡을 수 없이 화를 낸다면, 물건을 던진다면, 혹시 숨겨둔 폭력성이 있다면, 매일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면, 술에 취해 숨겨진 최악의 모습이 드러난다면…


좋기만 한 사람은 없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며 사람의 마음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니, 빛과 어둠, 명암이라는  자연의 법칙인가 봅니다. 어떤 사람의 굉장히 좋은 점은  최악의 면과  세트였기 때문입니다갈등 한 번 없이 늘 밝은 사람은 관계 바깥의 어떤 수단을 통해서 웃음을 유지하였고, 다재다능하고 매력적인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었으며, 무슨 일이든 내 일처럼 도와주는 사람은 통제적이었고, 순종적인 사람은 통제적인 부모와 한 세트였습니다. 내용은 모두 케바케이지만, 명과 암이 함께한다는 법칙은 늘 성립합니다.


너무 좋기만 한 사람을 만났을 때, 반드시 ‘세상에 좋기만 한 사람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좋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인생의 어둠을 털어내는 곳이 어떤 방식인지를 찬찬히 생각해 봅시다. 세상에 좋기만 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만 기억해도 우리는 많은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서 최악의 면을 이끌어 내는 것

카페에 앉아 어느 부부의 싸움을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싸움의 끝에는 한쪽이 나쁜 사람이 되지만, 제삼자 입장에서 듣다 보니  싸움은 뿌리부터 둘이서 같이 쌓아나간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제발 그 말은 하면 안 돼’라고 했지만, 결국 그 말은 꺼내어졌고, 상대방의 최악의 면모를 드러나게 했죠.


한 사람에게서 그의 최악을 이끌어 내는 마지막 버튼이 있습니다. 꽤나 좋은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내가 버튼을 잘 누르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의 최악의 면들과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혹시 상대방을 화나게 만드는 버튼을 잘 누르시나요? 그것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능력입니다. 어린아이는 상대방이 자신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이해시키려 한다고 합니다. 이후 다른 방법으로 내 감정이 전달된다는 것을 배워가지만, 가정환경에 따라서 배우지 못할 수도 있죠.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배우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연습하면 됩니다. 심리상담소에 가서 내가 상대방의 버튼을 눌러 얻고자 하는 게 뭔지, 관계를 깨지 않고 얻어내는 새로운 감정 표현 방식을 익히면 됩니다. 상대방이 아닌, 나를 위해서요.


문제의 씨앗을 품어주는
교묘한 순간


자칫 상대의 비위를 맞춰주라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본질은 그 반대입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의 씨앗을 회피함으로써 더 큰 문제를 터지게끔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문제의 씨앗을 발견했을 때, 싸움을 회피하려 비위를 맞췄기 때문입니다. 


그 교묘한 순간 상대방의 마음에는 "네가 문제가 아니야. 그 씨앗 내가 품을 수 있어."라는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그럼 그 씨앗은 나의 포옹에 발아합니다. 받아주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 씨앗들을 품지 않겠다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씨앗을 품겠다는 약속은 훗날 커져버린 기대감과 상처로 반복됩니다.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그것을 우리가 함께 키워온 교묘한 순간들이 있었음을 되짚어 봅시다. 내가 회피하지 말았어야 하는 작은 순간들을 꼭 기억하세요. 연애 상대는 바뀌어도 당신이 또 그 순간에 용기 내지 못한다면, 그 문제는 다시 재연되니까요.


이처럼 타인은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상대방에게서 최악을 이끌어 내는 대신 좋은 모습을 이끌어 낼 순 있습니다. 배우자는 유일하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이죠. 함께 수십년을 살아가며 서로를 키워내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최선을 이끌어 낼 버튼으로 좋은 사람, 좋은 관계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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