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미니멀리즘이 필요해

by 온유

어느 가을날 아침 7시, 명상 수행을 위해 유명한 스님이 계시다는 선원에 들어섰다. 문 앞에서 쭈뼛쭈뼛. 내 발로 찾아간 곳인데 왠지 누가 시켜서 들어간 느낌, 명상 수행이란 처음 선원에 들어설 때의 바로 이 느낌과 같다. 나에게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찾아갔지만 도저히 자발적으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과 머리의 갈등.


들어가자마자 핸드폰을 반납하란다. 지금부터 2박 3일 동안 핸드폰과 이별이다. 해외여행을 가도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세상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단절의 두려움을 느끼게 될 줄이야. 줄 서서 참가자 등록을 하다 보니 얼떨결에 핸드폰을 제출해버렸다. 이런. 한동안 손바닥에서 허전한 느낌이 맴돌았다. 선원의 계단을 오르는 내내 고즈넉한 나무 바닥이 주는 느낌이 좋았지만, 바깥에 두고 온 사람들과 일거리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2박 3일 동안 내가 없어도 괜찮을까?' 지금-여기에 머무르지 못하는 나를 알아차리는 그 순간, 아! 명상 수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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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반납은 관계의 단절이자 곧 수만 가지 자극과의 이별이었다. 아무도 나의 의식의 흐름에 카톡 소리 나 전화벨 소리로 끼어들지 않는다. 그저 나와 내 생각, 몸의 느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덧붙여서 이것은 묵언수행이었다. 낯선 사람들이 수두룩했지만, 누구도 서로 어디서 어떻게 오셨는지 묻지 않았다. 각자의 수행에 집중할 뿐이었다. 게다가 삼삼한 간의 절밥까지. (예상외로 매우 맛있음) '무자극'의 끝판왕 속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조금 불편한 시간을 견디고 나자 '무자극 상태'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생각들, 장식, 외부의 것들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자연스러운 원래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자극 상태는 '진짜 휴식'을 준다. 캠핑장에서 불을 피워 놓고 멍 때릴 때 느낄 수 있는 '생각 없는 상태'가 주는 휴식과 비슷하다. 몸을 단순 반복하며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뇌가 쉬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명상도 비슷하다. 생각을 비워내는 훈련.


이것도 하나의 근육과도 같다. 마음의 근육. 그래서 반복 훈련할수록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안해지며 힘이 붙는다. 또한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약해진다. 생각을 비워내는 힘이 생기면 평상시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도 불필요하게 붙은 것들을 떨쳐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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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미니멀리즘. 명상을 통해 자극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깨끗한 공간처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우리의 뇌는 이미 너무도 피곤하다. 진화론적으로 이렇게 많은 자극을 처리해 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Dunbar's number 법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평생 150명 정도의 사람과 관계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의 우리는 맘먹으면 하루에 150명도 만날 수 있다. 뇌의 용량을 초과하는 일을 매일매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뿐일까? 보는 것, 듣는 것, 노는 것, 학습하는 것, 모든 면에서 우리는 뇌를 팽팽 굴리며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뇌를 쉬게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당신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말, 자기 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나는 스무 살 때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하는 거냐고 궁금해했다. 그리고 명상을 배운 후에 알게 되었다.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면 우선 외부의 자극들을 차단해야 한다는 걸. 수많은 자극을 잠시 OFF 하고, 방을 청소해야 내 방이 보이듯, 정신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 '내면의 모습, 내면의 목소리, 자연스러운 나'를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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