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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캐릭터 전성시대

대형 캐릭터 시대를 지나 개인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시장의 변혁

한국 캐릭터 산업은 한때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네임드' 캐릭터들의 시대를 경험했다. 대표적으로 아기공룡 둘리와 뽀로로 같은 캐릭터들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캐릭터 시장을 주도했다. 둘리와 뽀로로는 각각 1980년대와 2000년대에 등장해 캐릭터 자체가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관련 제품과 콘텐츠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도서, 장난감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폭넓게 소비되었고, 상업적 성공뿐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캐릭터의 시대는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거대한 캐릭터들이 아닌, 소규모 크리에이터나 개인 작가들이 만든 '무명 캐릭터'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들은 이름이나 역사적인 배경 없이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캐릭터 시장에서 소비자는 캐릭터의 이름이나 정교한 배경 스토리에 큰 관심을 두기보다는, 캐릭터가 주는 직관적인 재미와 매력에 반응한다.


필자가 왜 크리에이터 캐릭터를 굳이 <무명 캐릭터>라는 단어로 표현하냐면, 한국콘텐츠진흥원 같은 공공기관에서 개인들에게 좋아하는 캐릭터 등의 조사를 매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앙케트결과를 보면 뽀로로, 산리오 캐릭터, 티니핑 같은 클래식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다. 순위에는 없지만 아기공룡둘리도 전통적으로 상당히 많이 표가 나온다. 하지만 매출은 이름도 잘 모르는 캐릭터들이 훨씬 많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정확한 이름을 모른다는 점에서 <무명>이라는 단어를 굳이 선택했다.

우리가 지금 소비하는 크리에이터 캐릭터는 그 유명한 악어.. 그 잘 나오는 토끼 캐릭터, 뚱뚱한 토끼 캐릭터.. 인 것이다.

                                        2023 한국 콘텐츠진흥원 캐릭터 선호도 조사


소비자들이 무명 캐릭터에 반응하는 이유

현대 소비자들은 캐릭터의 '이름값'보다는 캐릭터가 주는 감정적 반응에 더 크게 반응한다. 귀여움, 유머, 독특함, 혹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으면, 그 캐릭터의 이름을 몰라도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공유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 소비의 방식이 이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짧고 강렬한 시각적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며, 특정 캐릭터가 유명해지기까지의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무명 캐릭터는 대형 미디어나 방송에 의존하지 않고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플랫폼에서는 대중의 선택에 따라 콘텐츠가 유통되고, 그 결과 크리에이터가 만든 무명 캐릭터들도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대형 캐릭터와 달리 무명 캐릭터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직접적인 창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TV나 영화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 캐릭터가 주로 소비되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바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무명 캐릭터 시대의 장기적 전망

무명 캐릭터의 시대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캐릭터 시장의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캐릭터는 더 이상 대형 제작사나 방송국에 의존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대중적 인지도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들이 이제는 독창성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 변화는 앞으로도 캐릭터 산업에서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대형 캐릭터에게서만 재미와 감동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직접 발견한 독특한 캐릭터에 더 큰 애착을 느끼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을 즐긴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나 감정을 담은 캐릭터는 대형 캐릭터보다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그 결과 무명 캐릭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한다.


개인 크리에이터의 역할 증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인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캐릭터를 개발하고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대형 스튜디오의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했지만, 오늘날에는 개인도 자신의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다. 내가 만난 많은 캐릭터 작가들은 사실 포토샵도 다루지 못하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 이상 그래픽 툴이나 비싼 태블릿이 성공의 필수 요소가 아니게 되었다.

SNS를 통한 마케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품화, 팬들과의 직접 소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또한 이러한 무명 캐릭터들은 대형 캐릭터와 달리 자율성과 창의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더 신선한 아이디어와 접근법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개인 크리에이터 캐릭터들이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SNS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바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국경을 초월한 팬층을 형성하는 것도 이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결과로, 과거에는 국내 시장에만 머물렀던 캐릭터들이 글로벌 팬층을 형성하면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무명 캐릭터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어 역으로 국내에서도 재조명되는 경우도 있다.


캐릭터 산업의 미래: 무명 캐릭터가 주도하는 시대

앞으로도 무명 캐릭터의 시대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 또한 무명 캐릭터의 인기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특정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그들의 캐릭터를 자사 브랜드에 접목하거나, 무명 캐릭터를 활용한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 트렌드를 활용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고전적인 캐릭터를 이겨가는 크리에이터 캐릭터들이 많이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은 캐릭터 산업이 더 이상 대형 미디어의 주도권 아래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간의 직접적인 연결이 가능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상징한다. 캐릭터의 인지도나 배경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소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로 인해 무명 캐릭터들이 더욱 큰 가능성을 가지며, 캐릭터 시장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무명 캐릭터의 전성시대는 지금 시작되었고, 이 새로운 트렌드는 캐릭터 산업의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크리에이터의 창의성과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력이 맞물리며, 무명 캐릭터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이로 인해 캐릭터 산업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며, 더 많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에서 성공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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