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Jul 25. 2018


해변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 지 40분쯤 지났을까. 일요일 이여서인지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당시 왜 내가 들고 있던 봉다리에는 물이 아니라 맥주 한 캔이 들어있었는지 아직도 나도 의문이지만. 언제 버스가 올지 몰라 홀짝홀짝 마시면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오신다.


길을 가다 멈추셔서는 길가에 핀 꽃을 꽤 긴 시간 동안 들여다보신다. 만지셨다가, 향기를 맡으셨다가 보시다가. 다 보셨는지 가시던 길을 나서시는 와중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한참을 나를 들여다보신다. 너무나 어색해서, 어색하지만 피하기는 싫어서 같이 할아버님과 눈싸움을 했는데 내가 졌다. 3초만 더 견뎌볼걸. 정말 안 가시네. 할아버지가 떠나고 이런 생각이 들어 속으로 웃었다. ⠀⠀⠀⠀⠀⠀⠀⠀⠀⠀⠀⠀⠀⠀⠀⠀⠀⠀⠀⠀⠀⠀⠀⠀⠀⠀⠀ ⠀⠀⠀⠀⠀

⠀⠀⠀⠀⠀⠀⠀⠀⠀⠀⠀⠀


할아버지, 저도 꽃이라서 쳐다봐주시던 거지요?⠀⠀⠀

¿저도 꽃인가요?⠀⠀
 ⠀⠀⠀⠀


작가의 이전글 신께 물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