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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Jul 24. 2018

신께 물어요

당신이 보내 준 나를 보던 밤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제게 이런 것들을 주시나요. 저는 왜 이곳에 있으면서도 편치 못하며 풍경 안에 내가 살고 마음 고운 사람들만 눈에 보이지 함께 방황을 나누는 이들도 많지만 지나치게 예리했던 나는 이 시간들이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걸 직감하면서 왜 내가 제일 안쓰러워 보이는지. 시간에 있지만 저는 당신의 세계에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하나에 모든 걸 걸고 있지만 또 걱정을 하잖아요. 근데 그것이 상처를 주지 않을까요. 저의 상처를 그이에게 넘기는 건 아닐까요.


사실은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그러는 것인 걸요. 당신이 주신 직감들이 그렇게 무너트리나 봐요. 저는 너무 이기적인걸요. 쌓다가 무너트리고. 다시 세우고 도망가고. 가까이 가는 게 무섭고, 무서우면서도 기다리며 지금을 선택하지만 편치 만은 않은걸요.


사람들이 건네는 말 한마디에 왜 이리도 까다로웠을까요. 지나치게 예민한 내가 밉다가도 누가 이런 나를 이해하겠어요.


당신께, 너무나도 묻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그래서 당신의 숙제처럼 오늘은 제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봤어요. 그러면서도 당신은 야속하게, 저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재능도 주셔서. 나는 어둠도 보지만 밝음도 볼 수 있어서. 조금 더 똑똑해지고 조금 더 섬세해진다면 누구보다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겠죠.


어제는 저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사람을 만났는데 그이는 시리아에서 왔데요. 그저 그 이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질문만 했던 것뿐인데 제가 받은 위로들은 실은 당신이 보내주신 거죠. 주저앉아 있던 저에게 느닷없이 말을 걸어주셨잖아요. 그 사람은 쓸쓸해 보였지만 고민하고 아파했지만 저는 그 사람에게서 누구보다 큰 강인함을 보았는데. 그래서 그저 그에게 그건 당신이 똑똑해서 그러는 거라고, 좋은 사람이라서 그러는 거라고 말했을 뿐인데. 사실은 제가 듣고 싶은 말을 그에게 전한 것뿐인데. 가 받은 위로는 사실 당신이 그를 통해 저에게 전해준 거 맞지요.


오늘도 느닷없이 걷다가 무너지고 또다시 걷다가 슬퍼지고 가만히 있다가 아름다움을 보고 행복해지다가 하루가 갔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는 거 맞지요.


지금도 눈에 담기는 밤들이 너무 예쁘잖아요.






저녁 11시. 모두가 바에 가고 혼자 숙소에 남아 있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새로운 사람들과 겉도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도 지겨웠던 찰나였기에 혼자 있기를 선택했지만. 그러는 내가 또 미워서 호스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다고 한참을 나가기에 게으른 여행자였던 나 호스텔 문 앞에 잠시 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내게 왔다.


그는 시리아에서 왔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가 이 호스텔에서 묵고 있다며 그녀를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때마침 담배를 피우러 잠시 멈추었다 나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우리는 그 거리에서 한 시간을 얘기했나 보다. 종교, 사랑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들을. 당신은 선택적으로 외로움을 향했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고 마음이 예쁜 사람으로 기억된다. 신기하게도 나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사람. 그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었고, 그를 향한 위로는 이상하게 나에게로 돌아오던. 그에게서 나를 보던 밤이었다. 그래서 받은 위로가 어느 때 보다 묵직했던 밤.


2018. 7. 1. 스페인 세비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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