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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Feb 22. 2020

괴로움의 사랑

괴로움의 사랑,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에 매사 노심초사하던 그 사람은 상대와 함께 함으로 인해 따끔따끔 느껴지는 괴로움에만 집중했을 뿐 자기가 하는 것이 사랑인 줄은 모른다.


함께 시간을 나누고 있기 때문에 당신에게서 보이는 것, 내게 허락된 작은 시선을 당신에게 쏟는 것, 그런 당신을 아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 내 괴로움의 동력을 내가 아닌 당신에게 넘겨주는 것. 그것 마찬가지로 내 사소한 행복, 기쁨주체를 당신에게 종종 넘기는 것. 그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인 줄은 모른다. 그래서 괴로운 것인 줄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괴롭지도 않을 텐데. 자기가 하는 것이 사랑인 줄은 모고 괜히 또 시간을 탓하고 결국 자신을 탓고 만다. 사랑의 속성에 머물고 있음은 모르고 눈앞에만 선명히 보이는 느껴지는 괴로움에만 자신을 던지면. 그건 참 안한 일이다.






 달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아빠를, 이번 여행을 통해 24시간 붙어 있게 된 지 7일째가 된 지금. 아빠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들이 신경 쓰인다. 마음이 철컹 가라앉는 순간들이 는다. 술이 없으면 잠에 들지 못하는 것, 그렇기에 함께 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술에 취해 잠드는 것.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할 시간들이 술에 진다는 것. 때론 내 가끔씩 빈곤해 보이는 아빠의 옆자리를 우리가 아닌 술에만 허락하것. 그리 섭섭하게 해도 눈앞에 있던 어른 되어버린 딸이 5분만 보이지 않아도 찾아 나서는 아빠를. 불안해서 여행은 오지 못하겠다 관광지에 오면 제일 먼저 사진기를 들고 우리를 먼저 는 아빠를, 영상통화를 걸어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아빠를. 밉기도 하고 안타깝고 모르겠고. 지금 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치의 투사해서 아빠에게 많은 감정을 쏟고 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마주하는 이 기적 같은 시간에 머무르는 것이 너무 어렵다.  내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고, 리가 함께하는 공간온전히 머무르는 것보다, 아빠를 살피고 헤아리고 그냥 이렇게 혼자서 의미 부여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여행에서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행복한 만큼, 이리 족한 만큼 그래서 다른 때와 달리 우리가 함께라 더욱더 선명히 보이는 것들로부터, 딱 그만큼 대등하게 괴로움도 밀려온다. 것들이 버겁다. 그래서 6일 차가 된 어젯밤, 그냥 보이는 것들로부터 밀려오는 생각이나 감정들은 다 무시하고 '즐기자'라는 마음이 들다가, 문득 와 같은 문장들이 생각난 것이다.  

이 복잡한 마음들이 결국은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구나. 괜한 트집을 잡고 혼자 마음 아파하는 것이 그것의 유용함, 의미가 있음과 음을 떠나서 그건 상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단은 그게 사랑이구나. 괴로움만 봤지 내가 하고 는 것이 사랑인 줄은 모르고.  먼저 나를 탓하고 이 복잡한 마음을  미워하는 게 먼저였구나, 그 의도는 모르고- 하는 작은 깨달음. 걱정하는 마음을 쁘게 한 번쯤은 봐주걸. 또 왜 그러냐고 나를 탓하기 전에 말이다. 인정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하고, 아예 내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이제 아빠와 이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딱 하루가 남았다. 내일은 내가 하고 있는 아빠에 대한 사랑 안에, 걱정은 저만치 두고.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 속에 머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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