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고 멀어져 가는 것들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뭘 그렇게 붙잡고 싶은 걸까. 죽으려는 마음과 붙잡으려는 마음이 팽팽히 맞선다. 멈출 수 있다면 끈질기게 물어 늘어트려 놓고 싶다. 무엇이 저 바닥아래에서 이렇게까지끌어내리나. 끝내어제 작업에서 마지막으로 뱉었던 말은 잘못했어요-였다. 그리고 난 빌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에.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좌절하고 절망하고 애원해도 난 결코 이길 수 없었다.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이. 무엇일까. 다시 돌려 난 내게 무엇을 잘못했을까.
그냥 사는 게 문득 복잡하게 다가오는 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인간의 자유의지란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었다. 뭣 같은 상황들의 반복, 역할과 역할이 부딪힐 때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나. 죽음, 생존, 살아있음과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해 무슨 선택을 하던 무언가 하나가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죽음뿐일 때.
쉐어링을 하는데 누군가 그랬다. 신을 원망하며 인간의 의지란 무엇인가에 관해 물었을 때,그때의 의지란 결국그 선택을 알고서 하느냐 모르고서 하느냐 그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 말이 저릿했다. 어떠한 이름으로, 역할로, 상황들에 알고서 하느냐 모르면서 하느냐. 이곳에 의지가 있는 걸까? 가슴은 알아서 그냥 한다. 그저 산다. 하는 것. 사람을 믿으면 그저 하는 것이 된다. 만약 그게 정교한 그물 같은 거라면 사는 게 좀 받아들여지려나.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촘촘한 양날의 칼들을. 그래서 난 빌었던 걸까? 무슨 선택을 하던 하나를 죽이니 말이다. 그러려니 고개를 숙이면 조금 괜찮아 질까. 이러면 날 받아들이는 게 좀 더 쉬울 수 있을까? 단순하면서도 어렵고 복잡하면서도 참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