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 Oct 24. 2023

용기

용기,


한동안 이어폰을 끼고 살았다

오늘 알았다

나 홀로 있고 싶어서

내 세계에 있고 싶어서

그러나 세상에 있고 싶어서

나 홀로 있을 수밖에 없어서

세상이 내게 흐르는 것이 두려워서

경계를 허물면 내게 흘러들어올 것들이 넘쳐 두려워

꽉 찬 음악으로 내 세계와 세계의 벽을 단단히 감추고 있었고


그러던 어느 날

한번 이어폰을 내려놓게 되었고

내려놓으면 흘러들어오는 것들에

그냥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들이 그냥 내게 들어왔다


날 비우니

아니 5초의 용기를 내니

이제 세상이 내 빈 공간으로 꽉 차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옆 소음들도

내 먼 곳 누군가의 소리들도

길을 걷는 소리

발에 닿는 향

시선, 물결, 시간의 모든 것들이

내게 흘러들어왔다

이제야 세상에 나를 수놓기 시작한 것이다


내 안의 소음들을 내려놓으니

세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반가웠고

그것들은 견딜만했다

견딤에 더,

그저 그들과 나의 이야기임을 알았다


난 그들에 더 가까워지고 싶었고

한걸음을 내딛으려 또 한 번의 용기를 내니

이곳은 날 향해 웃어주었다


되었다-

이젠 그걸로 되었다

5초의 용기를 내었을 뿐인데

찰나의 시간 속

세상으로 방향을 트니 나는 세상이 되어버렸고

그것으로 나의 하나의 전기는 끝이 났다

.

난 아름다워 눈물이 났고

알 수도 없는 삶의 신비에

나를 이곳으로 데려다 놓은

모든 신비들에 고개 숙여 절을 올렸다

.

감사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