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기를 사랑하는 건 불완전한 자기를 사랑하는 것. 이게 더 어려우니까요. 나의 불완전함을 이 현실에서 유쾌하게 받아들이려고 이 짓을 해왔군요. 그게 끝이자 시작이군요. 불완전함이 인간의 시작이자 세팅인데. 난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네요. ‘너’를 통해 나를 보는 거울 여행. 이 놀이를 재밌게 하려고 달려왔어요. "나를 찾았다!"는 이 티켓을 얻은 거군요. 내 완전함을 모르면 이 놀이는 매 순간 두려울 테니까요.
그동안 나는 '내 세계에서의 나'로만 날 인식하는 자폐아였어요, 여기 '현실'에 존재하는 불완전한 몸뚱아리의 나도 있는데 이렇게! 지금껏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을 나의 완전함을 당신에게 투사하고 기대하며 폄하의 방식으로 살아왔어요. 어쩌면 즉 내 세계로만 세상을 읽는 나로 살아온 저를 이곳에서는 정신병이라 부르지 않나요?
근데 위로가 되는 건, 그동안 내 불완전함을 부정해왔던 건 나의 완전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싶어요. 이 불완전함을 안전하게 만나려고 지금껏 완전함을 지켜온 내 고집. 그의 말대로 High risk High return. 지금을 예쁘게 볼 수 있는 내 눈과 앞으로의 삶이 증거겠죠. 그러니 감사히 이 삶을 아주 잘 살아야겠어요.
그동안 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완전함의 나와 현실의 똥 멍청이의 간극에서 늘 혼란스러웠어요. 그 간극에 뛰어들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겁이 많았던 나 였어요. 오늘 아침엔 그가 기가 막힌 표현을 했는데요. 번지점프를 해야 하는데, 줄 연결 없이 뛰어드는 사람이 나라는 거예요. 줄과 함께 뛰는 건 "진짜" 번지점프가 아니잖아요? 전 그래서 그냥 뛰는 사람이었어요. 줄 매는 건 가짜야! 하면서요. 이게 지난 저였어요. 근데 그렇게 뛰어내리면 죽어요. 난 인간이잖아요. 난 줄을 안 차면 죽을 걸 알았기에, 그렇다고 내 고집에 줄을 찰 수도 없고 이러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지? 그 혼란과 모순 속에서 지금껏 왔던 거예요. 내 삶에 가득 찼던 모순은 이젠 모순이 아니네요. 그 둘 다 나니. 그동안의 작업들이 알려준 것처럼 난 모든 빛이자 모든 그림자니까니요. 신이자 인간이니까요. 그저 왔다 갔다 하나의 놀이처럼 사는 거더라고요.
그리고 어젠 생생한 꿈을 꿨는데, 실내 수영장 바로 옆엔 낭떠러지를 타고 찐 바다가 펼쳐져 있었죠. 우린 바다에 갈 준비를 하죠. 다들 구명조끼를 입고 나 혼자 맨몸이데요? "쟤는 필요 없어." 누군가 말했어요. 근데 정말 바다에 뛰어들긴 살짝 두려웠거든요. 자존심 상하지만 구명조끼를 받고 싶데요? 그래서 구명조끼를 입고 내 친동생, 친척 동생과 수영장 아래로 점프를 했어요. 그러니 정말 드넓은 눈부신 바다가 펼쳐지더라고요. 구명조끼를 입으니 맘 편히 더 헤엄칠 수 있데요? 난 인간이니까요. 그리고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구경 다닐 수 있데요?
여기를 두려움 없이 쏘다니면서 나와 친구들을 만나려고. 그걸로 이 생을 놀라고 이 짓거리를 한 거였어요. 나의 불완전함을 사랑합니다. 나는 그리고 이제 날 사랑하려면 당신의 불완전함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네요. 당신과 나의 불완전함을 사랑하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