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사탄에 대해 푹 빠져있었는데. 한 동료는 사탄에 대해 '자기와 다른 적대적인 사람을 일컫는 인간들의 용어'라고 본다고 했다. 참중립적이면서도 동의가 가는데. 우리는 보통 우리가 인정하기 힘든 존재들을 사탄이라며 공격하지 않나? 참고로Devil의 어원은 분열자(diábolos)라고 한다. 악의 주요 목표는 일치나 통합이 아닌 분열과 갈등.
이럴 때 내 세계에서 사탄들은 <'인간-신'의 분리를 이용하는 사람. 이 틈으로 속여서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이 현재까지 정리된 정의다.
사탄을 글로 정리하고 문득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사탄이 나의 다른 편, 어쩌면 극과 극에 대함이라 할 때, 본인의 세계에서 악의 마지노선, 즉 내가 그렇게 혐오하는 '사탄'이라고 규정한 악을 품는 게 너의 진짜 악을 품는 것이라며 말했다.
사실 가슴은 이미 답을 안다. 지난주엔 그림을 그리다가 알게 된 것은 사실 사탄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진짜 사랑'이라는 것이었다. 내 세계에서의 사탄은 남의 것을 속여서 뺐는다고 할 때, 이는 자기 사랑과 힘이 없어서라고 보는데. 이때 그들은 '진짜 사랑'을 모르기에 구걸의 사랑, 욕정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이를 너머 진짜 사랑을 주면 도망가고 무서워한다. 그러니 머리로는 그들을 사랑하는 게 억울하지만 사실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최고의 복수이기도 하다.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작업에서 확인했고. 그러고 바로 "미쳤나. 쟤를 왜 사랑해." 그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못 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아무튼 가슴은 그렇게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머리로는 참 어렵다. 모든 건 투사일 때 넌 정말 대구리로도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겠어? 그런 너를 사랑할 수 있겠어?-에 대한 질문으로 오는데.
"네 원수를 사랑하라."
그러다 문득 어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말은 사실 "네 끝에 있는 너의 악을 사랑하라." 결국은 "너를 사랑하라."와 같은 말이었음이 만나졌다. 신은 천재다! 그는 이에 대해 그런 세팅이 없으면 자신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없지 않겠냐고. 존재만으로 적대적이고 화가 나는 타인이 있어야 그대를 들여다보지 않겠냐며 말했다. 천사와 악마 둘 다 하나님이 만드셨다. 아주 신기해!
시작으로 돌아와 사탄의 어원은 분열자라고 할 때, 결국 내 안에 선과 악으로 구분된, 분열된 악을 받아들이는 것. 내가 극으로 쫓아 세운 자신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내 안에 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상상도 해본다. 그러니 결국 원수를 사랑하라는 이야기는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함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을 사랑하는 게 나를 사랑하는 것. 신은 천재야! 사탄들을 사랑하는 내가 두렵다. 그러나 겁쟁이 사탄 썅노무 새키들아 사랑해. 머리는 좀 시간이 걸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