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九尾狐) (6/100)

by 비비안

오랜만에 두들링을 하였다.

두들링이란 낙서를 뜻하는데 주제나 형태를 정하지 않고 낙서하듯 끄적끄적 그려내는 예술 기법 중 하나이다.


중앙에 무언가를 그렸는데 여우 같아 보여 몸통을 그리고 보니 구미호로 느껴졌다.


그래서 꼬리를 9개 달아주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미호는 보통 여우같이 남자를 홀리는 존재를 표현하는 말인데 만약 이 구미호에게도 사연이 있다면?'

'사실 구미호는 누명을 쓰고 있었던 거야. 남자의 간 따위 빼먹어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누군가 그런 소문을 퍼트린 거지.'

'구미호를 잡기 위해 사냥꾼들은 들밭에 덫을 설치했는데 이 불쌍한 구미호는 그것에 걸리고 만 거야.'

'사냥꾼들이 얼마나 악랄하고 철저한지, 덫을 세 개나 설치해 버렸네.'

'구미호는 아름다운 꼬리 9개를 흔들며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굳건히 서있어.'

'이 구미호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낫을 주자. 덫에서 빠져나올지 그대로 있을지는 구미호에게 맡기는 거야.'



이런 식으로 그림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그림을 낳는 방식.

이것이 나의 두들링 기법 활용방법이다.





6.jpg





구미호는 과연 남자를 홀려 간을 빼먹는 악랄한 존재였을까?

우리가 오해를 한 거라면?


저 아름다운 꼬리들이 부러워 누군가 나쁜 소문을 퍼트린 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악하다. 선하다. 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그 분류방법이 정말 타당한 것일까?


구미호는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있다.


당신은 구미호인가, 사냥꾼인가, 간을 빼앗긴 남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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